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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Mar 16. 2024

글로 옮기지 못할 인생은 없습니다

혼독함공 독서일지


글이라는 하나님을 만나서 다행입니다. 나에게  글이라는 부처님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 당신의 신은 무엇입니까?


당신에게 신은 누구입니까? 무엇입니까?
당신의 신이 글이라면 제대로 된 신을 찾은 겁니다.

하나님, 철학자, 부모님, 스승, 친구, 아이. 누구든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이 추구하는 이상이 있고 이를 돌봐주는 신이 있습니다. 나를 불러 나를 키우는 누구. 그것이 글쓰기라면 제대로 신을 찾은 것입니다.

신은 내편이라할지라도, 그렇다고 신에게 욕을 하고 투덜거릴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 쓰레기통이 있다면. 내 나쁜 감정을 버릴 감정 쓰레기통!! 쓰레기통에 버려진 감정이 꽉 차 소각장에서 완전히 소멸할 수만 있다면.

그러나 가끔 완전히 소각되지 않고 잔불로 남다가 다시 탈지 모릅니다. 재가 되어 날았다가 어느 날, 내 옷에 묻어 번질지 모릅니다. 그러면 또 그때 툴툴 털어야 합니다.

소멸할 듯하다가 잔류하는 것이 감정입니다. 그럴 때마다 글을 쓰고 나를 써봅니다. 조금은 내 글로 나를 위로받습니다. 나는 그랬습니다.

쓰는 일상이 된 우리는 그렇게 쓰고 나이를 먹고 나아갑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돌아보면 그 아주 조금이 꽤 큽니다. 그러니 힘들어도 쓰고 아파도 쓰고 일단 써보자고요.


#예쁜책&초판본&재독하는&낭만독자
#정리도서평이된다면_정약용의초서처럼
#책도스포일러가있다면_작가님실례하겠습니다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그거하세요

밑줄긋기 /

 p. 하지만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고 삶이 갑자기 바뀐 건 아니다. 반복되던 일상은 같았고 그저 '작가'라는 타이틀이 하나 만들어진 것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놓지 않고 평생 쓰겠다고 다짐하게 된 건 글을 쓰면서 내 안에 많은 게 달라졌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글로 과거를 쓰니 더이상 그 고통은 내 안에 머무르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완전하게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그저 공기처럼 사방에 흩어진다. 객관적으로 그 공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주관적인 감정에만 얽매여 아파하는 내가 아니게 된 것이다.

 p. 그래서 나는 더 글의 힘이란 걸 믿는 편이다. 어찌 보면, 글이 나를 살린 것 같다. 계속되는 시험관 시술의 실패로 좌절하고 힘들었는데 극복해 나가고 있으니. 그러니 글을 무조건 쓰자. 매일 쓰자. 한 줄이라도.

 p.'나이가 듣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라고 소설가 박완서 님이 말했다. 누구보다 '열심히'를 달고 살았기에 나도 나이가 들면 정말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줄 알았다. 하지만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무게로 나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되풀이하며 살고 있다.

 p. 알제름 그륀 신부는 그의 책 <너 자신을 아프게 하지 말라>에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하나님을 찾고 있다고 했다. 신을 믿든 아니든 우리는 평생 영혼의 안식처를 찾아 헤매고 있는 건 아닐까?

 p. 이은대 작가의 인생 공부에 "쓰는 인생이라 다행입니다."라는 구절이다. 글쓰기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여전히 암흑 속에서 살고 있었을지 모른다. 글쓰기가 나에겐 구원이었다. 여전히 필력은 한참 모자라고 형편없지만 내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계속 써 보려고 한다. 정말 쓰는 인생이라 근사하다.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다행이다. 지금 인생이 힘든 당신, 글쓰기를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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