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사람한마디한생각
#오늘혼독함공수요독서모임은쉽니다 #공주마마가되었습니다 #온전한휴가 #매슈아저씨가말씀했다 #아무리바쁘고힘들어도 #조금의낭만은남겨두렴 #한사람한마디한생각
“와~ 어떻게!!”
“맘에 들어?”
“완전. 완전 대박. 딱 내 스타일이야”
“봐봐~ 딱 재 취향이지?”
“우리가 내기했거든. 분명 네가 좋아할 거라고. 요즘 너 힘들잖아. 오늘 여기서 힐링해.”
주차하고 길모퉁이를 돌자, 나를 처음 반긴 이가 있습니다. 햇빛에 바랜 유리타일, 그 안에 분명 앤이 웃고 있습니다. 두 나무 사이 걸린 린넨 식탁보, 가을 낙엽이 앉은 녹색 벤치, 곳곳에 무심한 듯 놓인 황토 그릇. 그리고 앤이 전하는 인사가 쓰인 커다란 돌덩이. 현관 입구 정도로 작은 이곳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아래 시골 앞마당 같습니다.
현관 문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비밀의 정원에 들어선 순간, 다시 숨고르기가 필요했습니다.
아!!!
됐습니다. 지금 내 앞에 늘어선 식물과 테이블, 그 사이사이로 만나는 아기자기한 소품과 가구에 내 눈은 호사입니다. 창가에 비치는 하늘과 햇살 그리고 따스한 공기. 가을이 이렇게 좋은 것은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가을 공기, 가을 햇살, 가을 구름, 가을 단풍이 이처럼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야 말이지요.
수요일 혼독함공-선독서후수다 는 목요일 수능을 앞두고 하루 쉬기로 했습니다. 함공러 중에 세 명이 입시생 엄마였으니 심란하고 책이 눈에 들어올 것 같지 않아서였지요. 온전한 나만의 하루가 주어졌습니다. 오늘은 수능과 부모님 기도를 겸해 세종 비암사에 갈 계획이었습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
보통은 법당에 머물며 경전을 읽는데 사실 무엇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저 눈은 책을 보고, 손을 책장을 넘길 뿐이지요. 글자가 눈에 들어올 리 없고 의미가 마음에 새겨질 리 없습니다. 경전을 읽어도 서러움이 먼저고, 법당을 걸어도 발길이 무겁기만 합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친구들이 점심 장소를 물색해 어제 톡으로 보냈습니다.
내 사정이 힘들 땐 누구의 위로도 힘이 되지 않습니다. 내 마음이 고통일 때는 누구의 마음도 좋게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습니다. 괜히 심란하고 분잡하기만 할 것 같아 갈까 말까 고민도 했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기도도 공양 먼저라고. 점심은 먹고 절에 가자고 합니다. 먹을 것이 목에 걸릴까 그냥 가자 했더니 꼭 들러야 한답니다. 블로그에서 딱 내가 좋아할 곳으로 알아두었다고. 못 이기는 척하고 따라나섭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래요.
좀 전까지 울적한 마음 잠시 잊기로 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웃기로 합니다. 비밀의 화원에 들어선 나는 빨강머리 앤이 되어 공주마마가 됩니다. 안과 밖에서 눈 맛 그리고 이들의 마음에 호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