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휴일, 힐링 데이가 있습니까?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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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주일 중 6일 근무자입니다. 수요일에 쉽니다. 남들 일할 때 쉬고, 남들 놀 때 일하는 게 싫지 않냐고 물으시는데 전혀요. 저는 남들 쉴 때 일하고, 남들 일할 때 노는 게 좋습니다.
일과 휴식, 가정과 일터, 나와 사회, 그 속에서 삶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최저 근무 시간 보장을 10년 가까이 지키고 있습니다. 먹고살기 위한 생계유지 측면에서 하루 4시간만 일합니다. 이 책에서 한 번 언급하겠지만 나의 하루는 24시간 중 4-4-4-4법칙으로 나만의 루틴 있는 하루를 보냅니다.
학원 운영과 강사 형편상 요일과 맞바꾸어 수업하거나 긴급 상담을 해야 할 경우는 있습니다. 그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하루 근무시간이 임시적으로 조금 늘어나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매주 수요일은 일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배우는 것에 몰두하거나, 카페를 탐방하거나, 칩거해서 홈캉스를 즐깁니다. 요즘은 다른 일을 병행하느라 책 읽을 시간이 부족해서 매일매일 읽던 책을 '수요 독서 – 하루 한 권 읽기'라는 프로젝트로 반나절 혹은 한나절 한 곳에 머물러 책을 읽고 읽은 책 속의 에피소드를 따라 합니다. 영화 보듯 공연 관람하듯 몰입하는 서너 시간의 제한된 시간이 좋습니다.
밖으로 향하던 이전과 다르게 요즘 수요일은 집과 아지트를 중심으로 아침 점심 저녁 밤으로 나누어 지냅니다. 아침은 가끔 늦잠을 자거나 침대에서 꼬물거리기도 하지만 대체로 평소대로 아침을 유지합니다. 아이들 등교 인사와 아침 강연을 듣고 나면 세탁기와 청소기를 돌리고, 눈에 들어오는 한 곳을 정해 정리정돈을 합니다. 그리고 평소 밖에서 먹었던 음식 중 다시 먹고 싶은 것을 요리하고 좋은 음료를 꺼내 홈브런치-혼밥을 합니다.
낮에 혼자 집에 있어보니 소파에 기대 낮잠을 자거나 일없이 집 안만 돌아다닐 뿐, 딱히 하는 것 없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해서 평소 사람들과 함께 갔거나 눈여겨 두었던 카페를 합니다. 어디를 가나 음료는 평소 즐기는 카페라테나 플렛화이트를, 하나만 먹기는 서운해서 디저트로 조각 케이크나 마들렌 정도를 주문합니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달고 고소하게 구워진 향과 함께 혼자 책을 읽습니다. 이 시간은 자발적 고독의 시간이고 명랑한 은둔자의 시간입니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 오드리 먹일 도시락을 준비해서 학원으로 갑니다. 픽업하고 다음 학원으로 가는 동안 차에서 저녁을 먹입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드리를 위한 야식으로 옛날 통닭을 사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오드리와 아드리가 순차적인 저녁 시간에 나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메뉴로 두 번의 겸상을 합니다. 보통은 내가 저녁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각자 학교에서 급식을 먹거나 학원 근처 분식점이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해결합니다. 수요일 저녁만큼은 가능한 내가 준비한 음식으로 먹이고 싶지만 이 또한 매번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이제 이른 밤이 다가옵니다. 따뜻한 물을 가득 채운 욕조에 몸을 담그고 몸을 쉬게 합니다. 목욕 후 개운한 나의 몸과 정신은 하루를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또 남은 하루의 시작을 맞이합니다. 요즘 관심 있는 - 주로 아드리의 추천 - 영화나 드라마를 고릅니다. 그리고 11시 10분 알람을 맞추고 매일 30분 초고 쓰기 챌린지를 합니다.
일주일 중 한가운데에 수요일은 나에게 휴무이고 휴일이고 휴가입니다. 일에서 쉬고 가족에게서 벗어난 나만의 힐링데이. 이것이 빠르고 복잡한 세상에서 내가 뛰었다가 걸었다가 속도를 낼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입니다. 나의 휴식 휴일은 쉬지 않고 또 몸을 움직입니다. 밀린 잠을 자고 영양 가득한 음식으로 보양하는 것 말고 계속 움직입니다. 이것이 세상의 소음과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휴일 의식인 것입니다.
나는 남들 일할 때 혼자 놀고 쉬고 있는 이런 시간이 참 좋습니다. 나에게 수요일 하루는 일주일의 노고와 스트레스를 날리기 충분합니다. 바로 나만의 꿀맛 같은 휴일, 힐링 데이 수요일이 끝나갑니다. 잘 쉬었으니, 재밌게 놀았으니, 다시 힘차게 내일을 맞이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날 속에 힘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