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에게 시간관리는 필수입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28

by 김선하


1.

글 쓰는 사람의 부류는 둘로 나뉩니다. 본업 혹은 부업이 작가인 사람과 치료나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방향과 전문성의 인정 유무가 있겠지만 어쨌든 둘 다 글을 씁니다. 직업으로 구분하지 말고 직업-작업 형태로 구분한다면, 출퇴근하여 회사나 지정 장소에서 글을 쓰는 경우가 있고, 재택근무나 프리랜서처럼 객원기자 자유기고가 디지털 노마드 형태의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2.

회사에 출근하여 사무실 안 책상에 앉아 일정 근무 시간에 글을 쓰는 사람은 시간 관리가 가능합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업무시간 안에 글을 쓰는 일이 해야 할 일입니다. 사무실에 있는 동안 혹은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면 됩니다.


방송작가나 카피라이터는 방송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방송 시작 전까지 원고를 넘기면 됩니다. 언론사 잡지사 기자나 출판 관계자도 마감시간이 늦지 않게 그때까지만 쓰고 고치고 마무리지으면 됩니다.


특집이나 공개방송 혹은 녹음을 염두한다면 마감 시간이 불규칙적이고 퇴근 후 계속 글을 써야 합니다. 물론 그런 경우는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니 전반적으로 규칙적이고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쓰게 됩니다.

같은 목적으로 같은 대상에게 글을 쓰더라도 회사나 작업실이 없는 재택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프리랜서의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하루 24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집니다. 재택근무형 프리랜서는 보통 직장 내에서 글을 쓰는 사람보다 자기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중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시간 관리입니다.


3.

나는 글을 쓰고 책을 낸 작가입니다.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글을 쓰겠지만 특정 회사에 소속되거나 직장에 출근해서 근무시간 내에 글을 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금처럼 본업을 유지하며 꾸준히 글을 쓰고 싶습니다.


취미로 글을 쓰고 엄마책을 내는 동안에도 워킹맘이었습니다. 평일에는 일과 양육 가정 일만으로도 빡빡하고 벅찬 하루였습니다. 일요일은 오로지 가족과 함께 해야 한다는 패밀리즘에 사로잡혀 글쓰겠다고 따로 시간 낼 여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여유롭게 떳떳하게 허락된 혼자만의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약 네다섯 시간. 그 시간에는 약속도 다른 일도 만들지 않고 도서관에 들어앉아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책을 투고한 후에는 다음 책을 준비하자고 마음은 먹었지만, 첫 번째 책을 준비하는 것만큼 치열하지 못했습니다. 첫 번째 책을 내는 기대와 걱정이 우선인지라 두 번째 책은 다소 불규칙적으로 시간을 들였습니다. 아이들 돌보는데 손이 덜 가서 평일에 주어진 시간이 났지만, 오히려 게을러졌습니다.

두 번째 책을 준비하는 지금은 늘어난 여유 시간을 다른 곳에 눈 돌리기 바빴습니다. 글 쓰려고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은 늘었지만 정작 운동과 자기 관리에 소홀한 틈을 타서 몸무게가 3킬로 늘었습니다.

4.

누구에게나 주어진 24시간. 직장인이라면 출퇴근과 업무 시간과 휴가 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랜서에게는 24시간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인 동시에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시간을 한없이 붙들어두고만 있을 수 없기에 초고 쓰는 시간을 제한하고 완고(최종원고)에 대한 마감 시간을 정해두었습니다.

글 쓰는 시간만 정한 것이 아니라 일과 휴식, 일과 가정의 영역도 분리했습니다. 어느 날은 진짜 글이 술술 잘 써집니다. 그럴 때면 가족 식사 준비도 잊고 글을 씁니다. 또 어느 날은 아무리 짜내어도 글감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면 거실 책상에 앉아 인상을 찌푸리고 머리를 긁적이며 괜한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립니다.


어떤 이유로든지 나는 가끔 24시간 온종일 글만 쓰는 사람이 됩니다. 가족이 집에 와도 엄마는 글 쓰느라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딴에는 당분간 글 쓰는데 방해받지 말자고 약속을 미루기도 합니다. 하루 이틀 쓸 글이 아니기에 멀리 보아야 합니다. 글쓰기가 가족과 친구와 이웃 관계에 선을 긋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서 영역별로 시간별로 활용해야 합니다. 글쓰기와 일상 루틴이 독립적으로 그러면서 전체 하루에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어느 날은 일만 하고, 어느 날은 놀기만 한다면, 워크홀릭 아니면 백수가 될 수 있습니다. 하루가 몽땅 주어졌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모든 것들은 적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사람보다 프리랜서는 혼자 하는 일이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좀 더 관리가 필요합니다.

나는 아침 점심 저녁 밤 4개로 시간을 구분했고 요일별로 해야 할 일을 정해 놓았습니다. 일주일 단위로 루틴을 반복합니다. 해당 요일에 만날 사람과 약속이 취소되거나 꼭 그날에 할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다른 약속과 일을 잡지 않고 집에 머뭅니다. 개인적으로 부족한 일을 보충하고 한 주 동안 바쁠 것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면서 숨을 고르고 쉽니다.


가능하면 개인적으로 노는 요일을 정해 주변 사람에게 알려줍니다. 아예 사적인 모임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요일별로 꼭 해야 할 일에 우선순위를 두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 뒤죽박죽 됩니다. 물론 한 주 특별한 일이 생긴다면 그전에 일을 조금씩 나누어서 미리 준비해도 좋습니다. 여러 일이 동시에 몰리면 다음 날에 지장을 주고 버겁지 않게 하려는 겁니다.

5

글을 쓰는 사람은 글 쓰는 것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고 해야 할 일로 분류되어야 합니다. 시간 요일 월 연도별로 해야 할 일과 루틴을 어느 정도는 구분하고 포맷시켜야 합니다. 제한된 시간보다 무제한 시간이 주어졌을 때가 오히려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모자란 것보다 넘치는 것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이런 겁니다. 주어진 시간이 많을 때 미리미리 계획하고 대비하고 맞서서 조화로운 일상에서 일해야 합니다. 재택근무, 프리랜서 작가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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