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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Aug 30. 2023

투박한데 먹먹하다는 것은 뭔가요?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61


1.

아... 뭐지. 괜찮은데요. 투박한데 그 안에 뭐가 있어요.

좋은 건가요?”

그렇죠. 그러고 보니 작가님 글은 먹먹하게 하는, 그런 게 있어요.


코치는 내 원고를 눈으로 읽지 않습니다. 꼭 소리 내어 읽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가운데 따스하고, 이성적인데 감성적이며, 빠르게 읽히는 속도 속에서도 여유가 느껴집니다. 내가 그의 코칭을 기다리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가 나의 글을 읽어주고 그 소리를 듣는 순간이 가장 좋았습니다. 내 글을 누군가의 목소리로 전해 듣는다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닙니다. 내 글을 내 눈으로 읽어나가는 것에서 내 귀에 전해 듣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며 다른 감동입니다. 물론 부끄럽기도 하지만.


나는 처음부터 재미로 글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정리와 기록용으로, 직장에서는 기획안과 보고서 제출로, 잠시 머물렀던 곳에서 서정적인 멘트와 광고 카피용으로, 지금은 동아리에서 독서록과 일지 작성을 위해 글을 씁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써온 글은 대체로 미사여구, 언어유희가 없습니다. 딱딱하지 않지만 부드럽지 않았고, 길지 않지만 아주 축약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읽는 동안 뭐지? 하다가 읽고 나면, 아! 하는 그런 거"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내 글이 그런 거랍니다.


2.

한때 팍팍했던 내 삶이 그러했듯이 내 글은 딱딱하고, 단순하고, 투박하고 그런 거였습니다. 글이 내 삶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을 코치는 알아봤습니다.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 내 글을 알아봐 준 사람, 충고도 위로도 격려도 모든 것을 떠나 고맙고 감사합니다. 이쯤 되면 나는 헷갈립니다. 지금 나는 글쓰기 코칭 수업을 받는 것인지 심리 상담 중인지.


아무튼 좋습니다.


지금 나의 글은 나쁘지 않다!입니다. 욕심을 내서 괜찮다! 는 말을 들어야 합니다. 결국 나의 글은 좋다!로 결론 나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디를 고쳐야 할지, 어떤 부분에 힘을 주어야 할지, 물어보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코치는 무엇을 고치라는 말 대신 그 당시 구 씨가 등장하는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를 보았냐고 물었습니다. 제대로 보지는 못했고 드라마를 아는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선반에서 '나의 아저씨' 대본집을 꺼내 보여줍니다.


“이 책을 쓴 박해영 작가가 '나의 해방 일지'도 썼어요. 시간 나면 드라마 한 번 보세요.”


그는 책을 쓰고 내는 일에 앞서, 내가 쓰는 글을 정확히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박해영 작가의 시나리오를 보여주었습니다. 나는 단박에 코치의 의도를 읽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이 방을 나가면 해야 할 무언의 숙제이며 조언입니다.


곧장 박해영의 드라마 시나리오를 읽습니다. 바쁘더라도 시간 내서 드라마도 보았습니다. 한 편만 봐야지 했는데 결국 밤을 새우고 말았습니다. 아, 아직은 범접할 수 없는 박해영 그의 글력을 닮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내 닮고 싶은 그의 글이 나와 비슷하다 했으니 나는 그 말에 힘입어 지금 내 글체를 유지하면서 계속 쓰겠습니다.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 나는 구 씨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본 또 한 편의 드라마 <일타 스캔들>에서 남행선을 기억했습니다. 그 둘이 너무 좋아서, 나는 최근 구 씨와 행선이 주인공인 격정적 멜로 영화 시나리오 <사랑 - 그는 나의 철학이 되었다>를 쓰고 있습니다. 나의 글체로 그들을 그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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