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일본여행을 다녀온 다다음날 저녁무렵.
갑자기 물만 마셔도 9번씩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게 되었다.
그리고 심지어 새벽에는 너무 아파서 과호흡이 오기도 하고 헛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너무 아팠어서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거의 미음 수준의 죽만 간신히 먹으며 나흘 정도를 버텼는데 며칠을 그렇게 버티다 보니, 문득 교환학생 시절 가장 아팠던 순간이 떠올랐다.
'낯선 나라에서 아플 때의 막막함과 외로움은 일본 여행 후의 고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지.'
오전 수업이 있는 날 수업 가기 1시간 전 갑자기 화장실에서 쓰러쳤었는데 진짜 너무 아파서 1인실 기숙사 방에서 누군가가 나를 발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Help me... Save me... Please!!! Anyone?!" 이라고 힘겹게 외쳤는데 솔직히 너무 아프다보니 목소리도 안나오고 발음도 간신히 한 글자씩 했기 때문에 아무도 내 말을 못 들어서 혼자 앓았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금방 괜찮아졌었지만,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다.
엄마한테 살려달라고 음성 메세지를 막 보냈던 기억이 난다.
MBTI 성향 중 T 성향을 가지고 있는 우리 엄마는 "아니 나한테 연락하면 내가 우째? 내가 오스트리아로 날아가리?" 라고 하셨지만 그때 나는 정말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 기숙사 친구들이 가족같은 친구들일지라도 결국 내 진짜 가족은 여기에 없고, 결국 나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하고 일어나야한다는게 참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힘들었던 기억이었다.
그래서 교환학생 경험을 통해 배웠던 것 중 가장 크게 느낀게 뭐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어릴 때는 몰랐던 ‘아플 때 가족이 있어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느꼈다고 나는 말할 것 같다.
교환학생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온 7월. 한 여름에 처음으로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을 때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들더라.
그때 이후로 나는 아플 때마다 생각한다. 물 한 모금도 넘기기 힘든 순간,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고.
일본 여행 후, 혼자 앓았던 며칠은 다시 한 번 그 깨달음을 떠올리게 했다. 결국 우리가 가장 힘들 때 찾는 건, 가장 소중한 사람들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