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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실패 일기 26화

"나는 평일엔 공기업 인턴, 주말엔 취업 준비생입니다"

이 일주일은 내 미래를 위한 실험

by 민써니
코이카? 봉사단체인가?

나는 18일부터 'KOICA (한국 국제 협력단)' 라는 외교부산하의 공기업 인턴으로 출근하고 있다.

출처: https://oda.go.kr/opo/koin/mainInfoPage.do?P_SCRIN_ID=OPOA201020S01

KOICA는 국제개발협력에 참여하는 정부, 공공기관, NGO, 기업, 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KOICA의 원조전문성과 각 기관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을 연계함으로써 개발 협력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으로, NGO와 하는 활동이 비슷해보일 수도 있지만 코이카는 국내에서 개발협력 업무를 수행하는 유일한 공공기관이다.


그래서 국제개발협력분야에서 오랫동안 일 하기를 바래온 나에게는 코이카에서 인턴을 하는 것이 오랜 꿈이었고 이 기회는 내게 정말 꿈과 같은 기회이다.


참고로 내가 일하게 된 부서는 "글로벌 연수사업실"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개발협력 사업으로 전통과 역사를 지닌 사업이다. 협력국의 석사들 혹은 공무원과 같은 사람들을 우리나라에 초청해 연수사업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에게 지식과 기술등을 전수해 훌륭한 인적자원을 길러낸다는데에 큰 의의를 가지는 사업이다.




각설하고, 오랫동안 바래왔던 일에 함께하게된 내가 흔히 오지 않는 이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혹은 어떻게 활용할건지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끔씩 가지고 싶다는 것이다.

참고로 나는 이번주 화요일 (2025년 2월 18일)에 회사로 출근해 OT를 듣고 19일부터는 연수사업실로 출근을 했고 토요일에는 자격증 학원을 다니며 취준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마 앞으로 몇달간은 계속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 같은데, 그래서 이번에는 일주일간 취준생활과 인턴생활을 병행하며 느낀점을 공유하고 싶다.


1. 몸치인 나, 현재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 하고 싶다.


나는 몸치다.

흔히 몸치라고 하면 춤을 못 추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겠지?


하지만 나는 사실 그런류의 몸치보다 더 심가한 몸치이다. 바로 생각하면서 움직이는게 어렵다는 것 이다.

나는 사람을 다룰 때는 엄청 섬세하고 따스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특수한 환경의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봉사를 하거나 가르치는 일을 할 때 평가가 정말 좋았고 코엑스에서 영업 알바를 뛰었을 때도 정말 좋은 평가를 많이 들었다.


최근에도 호텔에서 일한 경험에 대해 DM을 받았는데, 사실 호텔에서 일하는 건 나에게 정말 힘든 일이었다. 한 번 보고 바로 따라 하는 것도 어렵고, 누구나 쉽게 배워서 현장에 투입되는 일은 나와 맞지 않았다.


예를 들면, 더 플라자에서 첫 출근 날 들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제 한 번 해봤죠?"
"네, 해봤습니다."
"그럼 이제 할 줄 알겠네요?"

그때 느꼈다. 나는 이런 환경에서는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걸. 이번 인턴 생활을 하면서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나는 빠르게 손과 발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정리되어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데 최근 KOICA 인턴을 하면서 확신이 들었다. 나는 손발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문서를 정리하고, 차분하게 생각하면서 일하는 게 더 잘 맞는 사람이라는 것에 확신을 하게 되었다.


호텔에서는 뛰어다니면서도 멀티태스킹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내가 맡은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사무직이 마냥 편한 건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환경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조금은 정리된 것 같다.

2. 완벽보다 성장에 집중하기


인턴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나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출근날이 다가옴에 따라 계속해서 악몽을 꿨다.


내가 언제부터 가보지 않은 길, 결말을 모르는 길에 이렇게 두려움을 느꼈지?

내가 꾼 악몽들은 하나같이 그간 해왔던 모든 사회생활에서 받았던 압박과 부정적인 피드백들에 갇혀 무너지는 악몽에 시달렸는데 생각해보면 그 이유들은 항상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에서 오는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말하면 경험도 부족하고 표면적인 '나'가 아니라 깊은 마음 속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오랫동안 몰랐기 때문에 정말 모든게 어려웠고 잘 하고싶다는 마음에서 실수가 계속 반복되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이곳의 분위기는 경쟁보다는 협력에 가까웠다.


누구도 서로를 깎아내리지 않았고, 견제하는 분위기도 없었다. 인턴이 온 것만으로도 조직이 활기차졌으면 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덕분에 나도 너무 오버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차분하게 내 역할을 해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내 자리 위치가 복도 한가운데라, 남들 눈치를 안 보는 나도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진지한 태도를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나는 앞으로 ‘완벽함’보다는 ‘꾸준한 성장’에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일례로 이번주 금요일에 드디어 첫 업무를 했는데 작은 실수가 연달아 있었다.

너무 걱정되고 떨려서 빨리 빨리 만회하려다보니 작은 실수가 계속 이어졌는데 나의 보고서를 취합해주는 조장님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시고 계속 알려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덕분에 정말 나도 더 꼼꼼해지고 일에도 섬세해지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많이 되었다.

ㅇㅈ 조장님 고마워요!!ㅎㅎ


4. 이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까?


무엇보다 이번 인턴을 하면서 확실히 느낀 건, 나와 비슷한 또래들과 함께하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였다. 같은 관심사와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며 새로운 배움을 얻고,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 것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되었다.


(사실 대외활동을 30개 이상해보고 복수전공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팀으로 활동해봤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용기를 낼 수 있고 물어볼 수도 있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면서 무엇이 되었든 하나 쯤은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


그래서 이 에너지를 단순히 경험으로 끝내지 않고, 무언가 결과물로 만들어내고 싶다. 자격증을 딴다든지,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한다든지. 단순히 인턴을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만들고 싶다.


어쩌면 이 일주일은 내 미래를 위한 하나의 실험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떤 환경에서 더 잘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할까?
앞으로의 선택을 위해,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직 배울 것이 많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나에게 맞는 환경과 일의 방식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완벽함보다 성장에 집중하며, 내 속도를 지키면서 나아가고 싶다. 앞으로 몇 달 동안의 기록을 통해 이 변화의 과정을 계속 공유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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