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한 아이의 꿈을 응원합니다
2018년 4월 1일, 나는 A를 멘토링 봉사에서 처음 만났다.
나는 멘토 봉사자로, A는 내 첫 제자로.
평소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고, 누군가를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던 나는 국내 취약계층 다문화 가정 아동을 위한 교육 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A를 만났다.
A는 당시 초등학생이었다. 봉사 선배를 통해 그녀의 가정환경을 미리 들었지만, 막상 직접 마주했을 때의 충격은 예상보다 컸다.
자세한 이야기를 전할 순 없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더 어려운 환경일 것"이라는 말이 현실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집에는 기본적인 생활 공간조차 부족했고, 집 안에 화장실이 없어 동네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 위해 거리에서 헌 책을 주워 오셨다.
하지만 정작 나를 놀라게 한 건 A의 모습이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녀는 씩씩했고, 꿈을 이야기할 때면 누구보다 눈이 반짝였다. 자신의 현실에 주저앉지 않고 배움에 대한 열정과 목표를 품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햇수로 3년을 함께했다. 나는 부족한 멘토였지만, 그녀는 언제나 최고의 멘티였다.
어릴 적부터 40평대 집에서 살아온 나.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배울 수 있었던 나.
하지만 꿈도, 열정도 없이 방황하던 나.
반면,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꿈을 포기하지 않던 A.
그런 그녀가 때로는 부럽기까지 했다.
선생님이랑 있으면 즐거워요. 저를 있는 그대로 봐줘서 너무 좋아요. 앞으로도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해 주면 좋겠어요.
어느 날 A가 남긴 이 말이 내 삶을 바꿔놓았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단순히 ‘봉사’라는 틀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와의 시간 속에서 ‘교육이 가진 힘’을 온몸으로 느꼈고, 나의 길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 후, 나는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성장하고 싶어 영문학과에 진학했고,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아이들이 환경에 상관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품고 있다.
그 꿈을 향해, 국내 유일의 공적개발원조 기관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그녀가 꿈을 향해 나아가듯,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 A와 제자와 선생님이 아니라 언니.동생으로 다시 만나, 서로의 꿈을 응원하는 순간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