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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실패 일기 25화

꿈을 이루고도 흔들리는 나에게

청춘의 불안은 끝이 있을까?

by 민써니

가끔 오랜 목표를 이루고 나면 기쁘기보다는 먹먹하고 공허할 때가 있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감정이 왜 찾아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꽤 두려운 감정 중 하나다.


2025년 1월, 예상치 못한 합격과 축복 같은 일들이 쏟아졌다. 학과장 추천 장학금, 자격증 필기 합격, 그리고 2021년부터 꿈꿔온 외교부 산하기관인 KOICA 인턴십 최종 합격까지.


좋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니 2월에도 이 기세를 몰아 모든 것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합격하고 나니 예상과는 다른 감정이 밀려왔다.


"합격하면 마냥 행복할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무서울까?"

기대했던 자격증 실기 학원 개강은 미뤄졌고, 취업지원금 심사는 거절당했다.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았고, 마음을 다잡으려 책상에 앉아도 무의미하게 시간만 흘러갔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 무의식이 심하게 불안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고, 어렵게 잠을 자더라도 악몽을 꾸었다.

써니씨. 이건 왜 이렇게 했어요?
이렇게 하는거라고 하지 않았나? 누가 이렇게 하랬어요?
선배들이 이렇게 하는거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왜 맘대로 해요?


나도 그만큼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ㅎ
아니 일하는게 낫지, 난 공부하잖아. 내가 더 힘들어.

과거 사회생활에서 들었던 말들, 취업 준비하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경험들이 꿈속에서 재생되며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잘 될 수 있을까?'


이럴 때마다 나는 ‘나의 못된 짓 일기’를 꺼내 든다. 과거 브런치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지만, 나는 나 자신을 비교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면 솔직하게 내 감정을 글로 써 내려간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부끄럽지만 공개하는 나의 이번 못된 짓 일기

“왜 이런 생각이 들어?” “무엇이 너를 이렇게 불안하게 해?”


하지만 이번에는 감정이 너무 복잡해서인지 답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재미 삼아 타로를 봤다. 온라인으로 보는 거라 내 상황을 설명할 수도 없었지만, 신기하게도 내 마음을 콕 집어주는 점괘가 나왔다.


본인은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예요.
그래서 새로운 환경을마주하게 된다고 하면 결론을 모르기 때문에 많이 불안할거예요.
그런데 걱정과 생각만으로 본인의 일상이 압도가 되면 안돼요. 그러면 너무 아쉬워요. 그러기엔 본인은 너무 소중한 사람이예요.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해보세요.
그럼 진짜 뭐라도 될거예요.


그 말을 듣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늘 불확실한 길을 걸어왔고, 결국 다 지나왔다. 그러니 이번에도 지나갈 거야.’


KOICA 인턴 서류를 넣을 때도 예상치 못한 대한항공 3차 면접 탈락 통보를 받았고,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서류를 작성했기에 합격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면접에서는 조원들 모두 최소 3개 국어를 구사했고, 나는 거의 모든 질문에 1~2번으로 답을 해야 했기에 더욱 자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합격자들에게는 ‘시그널’이 있다고 했는데,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으니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 걱정과 불안의 길을 지나 합격에 다다랐다. 그리고 꿈을 이루었다.


이제 다시 또 다른 불안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믿기로 했다. 이번에도 결국 지나가리라는 것을. 그리고 지금의 불안이, 언젠가는 다시 되돌아봤을 때 소중한 과정이 되어 있을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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