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미워한 날, 내가 나를 다시 안아주는 방법

어느 순간, 나는 내가 싫어졌다 – 그래서 써본 '나의 못된짓 일기'

by 민써니
누구보다 나를 잘 아는 나인데 가끔은 내가 제일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요즘 나 자신에게 가장 많이 던지는 말은 '미쳤나봐. 아, 내가 또 왜그랬지?!'라는 말이다.


비록 인턴십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취업준비생이다. 평일엔 일하고, 주말엔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지원서를 넣는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아무 일도 아닌 일에 감정이 흔들리고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몰아붙이게 된다. 가끔은 무심한 말에 욱하고, 상대에게 날카로운 말을 던지기도 한다.


나 요즘 생활 너무 즐거워!

나 이번에 00사 면접가!

나 이번에 자격증 합격했어!


친구의 소식을 듣고 기뻐하는 동시에 내 자리를 상상하며 질투하는 나 자신을 마주할 때가 있다.
‘축하해’라는 말을 타이핑하면서도 ‘나는 왜 그 자리에 없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진심도 아닌 위로를 건네는 사람 같았고 그래서 나 자신에게 실망했고 그래서 나는 나를 미워하게 되었다.


누군가의 성장을 응원하면서도 내가 제자리인 것 같아 괴로웠다.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항상 불안했고 그 불안은 결국 나 자신을 향한 실망으로 되돌아왔다.


맞다, 누군가의 성장을 응원하면서도 나만 제자리인 것 같아 괴로웠다.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해야만 할 것 같아서 항상 불안했다.

“왜 나는 그 순간 기뻐하지 못했을까?”
“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초라해질까?”
“왜 누군가의 성과 앞에서 나를 깎아내리게 될까?”

이 질문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떠돌았다.


그리고 나는 나 자신에게 지쳐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뭔가 겉보기에 화려한 ‘성과’를 갖추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안고 살아왔다.


그 믿음은 친구 관계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 관계 속에서도 나를 지배했다.


아, 내가 알아서 한다고!!

사랑하는 부모님에게 가장 최근 던졌던 말이다.


생각해보면, 그런 말이 나올 때는 항상 내가 작아졌다고 느낄 때였다.

작아진 마음은 공격으로 변했고 평소 회사에서 '차캐토끼', '찰떡토끼'로 불리던 내 마음속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괴물이 마음 속에서 튀어나오고는 했다.


연애를 할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사랑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감동을 주고, 실수하지 않고, 부족하지 않아야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사랑은 보상이 아니고 기준을 통과해서 얻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감정의 주고받음이었는데 나는 그걸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이런 미운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을 글로 쏟아내 보기로 했다.



내가 싫어지는 날. 나의 못된짓 일기

글이 편해서.

글로 한 번 내 감정을 다 쏟아내보기로 했다.


< 나의 못된짓 일기 >

△△에서는 내가 세 번이나 떨어졌는데 친구는 한 번에 대상을 받았다.
왜 나는 그렇게 죽기 살기로 했는데도 아무 상도 못 받았지?
솔직히 걔는 무임승차한 아니야?!

맨날 나는 팀을 이끌어도 상을 못 받았고 걔는 그냥 운 좋게 팀을 잘 만나서 받은 거잖아?

그동안 속으로만 눌러두었던 나의 열등감과 질투심, 억울함을 그냥 글로 다 쏟아냈다. 그리고 그 감정 하나하나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왜 그게 그렇게 억울했을까?”

“왜 나만 못 이룬 것처럼 느꼈을까?”

“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을까?”


회복의 시작

그렇게 내 감정을 벗겨내고 그 안쪽의 미운 마음을 뚫고 들어가다 보니 거기에는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작고 여린 내가 있었다.


지금도 나는 가끔 이유 없이 울컥하고 내가 미워지는 날마다 ‘나의 못된짓 일기’를 쓴다.
감정을 그대로 적어두고 그 감정에 질문을 달고 그 감정을 인정해본다.


그게 아마,
내가 나를 안아주는 연습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가끔 나는 내가 너무 못된 사람 같고, 이유도 없이 짜증이 나고. 내 안에 있는 미움이 내가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향해 폭주할 때.


나는 조용히 [못된 짓 일기]를 꺼낸다.


무서운 말을 쓰고, 부끄러운 감정도 쓰고 나를 다그치지 않고 “왜 그랬어?”라고 다정하게 묻는다.


그러면 꼭 나오는 이유가 있다.

내가 너무 불안했거나, 너무 외로웠거나.

아니면 내가 나를 너무 오래 돌보지 않았거나.


그래서 나는 안다.


내가 나를 미워했던 날은,

사실은 나를 다시 돌보라는 몸 안의 신호였다는 걸.


이제 나는 내가 어떤 상태든, 나를 다시 끌어안는 사람이 되어보려한다.


#자기성찰 #관계감정 #못된짓일기 #열등감극복 #불안형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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