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거리감 속에서 남은 것들
상대의 태도는 내 인격의 반영이 아니다.
고요했던 어느 날 작은 불씨 하나가 떨어졌다.
아무 말 없이 누군가가 멀어진다는 건 이해보다 당혹감을 먼저 남긴다.
특별한 다툼도 큰 말다툼도 없었다.
하지만 그 '없음'이 너무 컸다.
그래서 전하지도 못할 말을 편지로나마 써본다.
「 그날도 여느 때처럼 나는 네가 평소 내게 했던 말들을 나도 너와 나누고팠을 뿐이야.
그런데 네 반응은 믿기 어려울 만큼 낯설었지.
너무 조용했고, 너무 명확했어.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려봤어.
내 말투, 타이밍, 표현, 감정의 농도까지.
그래도 계속 남는 질문은 이거야.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나는 그저 내가 과도기일 때 네가 옆에 있어주었던 것처럼
너의 과도기에도 내가 옆에 있을 수 있기를 바랐어.
내가 못 미더웠다면 그건 내 부족일 수 있어.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한 번쯤은 내 진심을 다시 떠올려줘.
나는 정말 너를 좋아해서 그래서 속상해.
맞아, 나도 부족한 친구야.
기복도 있고, 사회생활이 버거운 날엔 너한테 엉뚱한 얘기를 늘어놓기도 했을 거야.
그래도 항상 “00이 보고 싶어~”라고 했던 그 말.
그건 다 진심이었어.
그리고 그 진심이 닿지 않았다면,
그건 내 헛된 마음일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것마저 못 알아본다면 그건 너의 부족이기도 해. 」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누군가의 침묵이 나의 인격을 정의하지는 않는다는 걸.
상대의 태도는 그 사람의 내면과 시기의 반영일 뿐 내 존재의 증명은 아니다.
나는 지금도 불완전하지만 사람 냄새 나는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내가 먼저 인정해주기로 했다.
최선을 다한 관계라면 나는 그 사람의 말과 태도보다 나의 진심을 기억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