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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스드림 Oct 28. 2020

싸움의 기술

진짜 이기는 방법

나는 싸움에 있어서 고수는 아니다. 싸움을 피하려고 하고, 싸우는 일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아마 나와 트러블이 생길 것 같으면 그전에 끊어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굳이 싸워가면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은 이기적인 마음도 있다.



언젠가 사장님은 내게 싸움의 기술을 가르쳐 주셨다. “아무리 화가 나도 참아라. 큰 소리 내는 사람이 지는 것이다.”



꼭 이 말을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화가 날 때 오히려 소리를 지르는 것보다 말을 낮추게 된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말이 적어지고, 목소리 톤도 낮아지면서 차분하게 말하게 된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면서 더 무섭다고 한다. 같이 소리 질러야 싸움이 되는데 오히려 차분하게 차근차근 말을 하니 큰 소리로 싸우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제풀에 지치게 된다. 이게 나의 싸움의 기술이라면 기술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런 나의 기술을 무안하게 만드는 초특급의 기술이 있다. 아마도 그건 아무도 못 당하는 기술인 것 같다. 나도 이런 기술은 처음이라 뭐라고 이름을 붙여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름을 붙인다면 “선으로 악을 이기는 기술” 정도로 표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남편과 대판 싸웠다. 그날도 나는 나의 기술을 이용해서 차근차근 나의 할 말을 다 하고 있었고, 남편은 큰 소리를 치며 자신의 기운을 다 빼고 있었다. 풀릴 것 같지 않은 실타래가 엉킨 기분이다. 나 또한 이번만큼은 용서하지 않으리라 하며 다짐하고 있었다.



나도 분이 풀리지 않아서 한참을 씩씩대고 있었는데, 진짜 싸움의 고수가 나타났다. 싸움의 고수는 내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짧은 문자 하나로 나는 이미 패배자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싸움의 고수는 다름 아닌 시어머니. 시어머니는 내게 문자를 보내셨다. ‘내가 아들을 잘 못 키워 너를 속상하게 했구나. 미안하다. 아가야.’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 나는 그 문자를 받고 내가 너무 잘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한테 이러쿵저러쿵 100마디의 말보다 정곡을 정확히 찌른 한 마디에 무릎을 꿇었다.




나는 사장님 옆에서 사람들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눈으로 보아왔다. 사장이라고 하면 정말 편할 줄 알았는데, 사장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중 하나가 관계인 것 같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비즈니스로 만나는 사람들은 이야기가 시작되면 바로 계산기부터 꺼내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은 초짜이다. 진짜 싸움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이익밖에 보지 못한다.



진짜 고수는 다 주는 것 같으면서도 정말 필요한, 진짜 중요한 한 가지를 가져오는 사람이다.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먼저 상대방을 생각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가장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눈앞에 있는 것이 진짜라는 것을... 하지만 진짜는 뒤에 있다.



물건을 파는 건 맥거핀(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정 장치를 뜻함) 일뿐이다. 실제로 사장님은 자신의 마음을 팔고, 그들의 마음을 산다. 이때 따라오는 수익은 덤이었다. 옆에서 14년을 지켜보면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이 원리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삶의 기술이 되고, 싸움에 있어서 기술이 된다.







내가 시어머니를 고수라고 판단하게 된 건 시어머니는 일반적인 시어머니의 틀을 깨신 분이었기 때문이다. 며느리가 더 큰 잘 못을 했더라고 이것을 자신의 잘못으로 돌릴 줄 아는 시어머니는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드라마에 나오는 시어머니들처럼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네가 잘 못했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졌지."라는 말로 그 자리에서 나를 기죽이려고 했다면, 아마도 이 싸움은 크게 더 번졌을 것이다. 하지만 고수의 싸움을 달랐다. 우선 당신의 아들이 아닌 며느리의 마음을 읽어주셨다.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 한 다음 며느리가 가장 원하는 것. 며느리의 편을 들어주신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의 마음을 내주었고, 나는 그 마음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고수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하수는 눈앞의 이익만 본다. 고수는 몇 수 더 생각해서 멀리 본다. 하수는 자기 자신만 생각한다. 고수는 상대방을 먼저 생각한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면 그 마음에 감동하게 되고, 점점 감동을 넘어서 그의 선한 영향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영향력이란 상대방을 좌지우지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영향력은 상대가 스스로 느끼고 행동하게 하는 것이 진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사장님 덕분에 진짜 고수를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 그리고 싸움의 기술과 더불어 삶의 기술까지 얻게 되었다.


기술을 익혔으니... 앞으로는 제대로 싸워주겠어!!! 다~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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