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 낳고 알게 된 사실

by 퀸스드림

재입사 후 아이를 친정집에다 맡기고 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 시간이 무척 바쁘다. 정신없이 허둥지둥하다 보면 아침을 못 먹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출근길에 빵집이 있어서 아침을 못 먹을 때면 그곳에 들려 몇 가지를 사가지고 나온다.



예전에는 내 것만 샀는데, 나도 아줌마가 되고 보니 손이 커졌는지 내 것만 사는 것이 아니라 늘 넉넉하게 사게 된다. 그래서 주변에도 나누고 사장님도 챙겨 드린다. 어떤 것을 가져다드려도 싹 비우셔서 뭐든 다 잘 드시고 원래 식욕이 좋은 줄 알았다. 함께 식사를 하게 될 때, 늘 내게 먼저 물어봐 주시니, 뭐든 다 잘 드시고 딱히 좋아하는 것이 없는 줄 알았다. 원래 사장님들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니 늘 좋은 것을 먹고, 없는 것 없이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족함이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분과 말씀하시는 것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가져다주는 사람을 생각해서 뭐든 다 먹는다고... 상대방 모르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애 맡긴다는 핑계로 아침마다 친정에서 아침을 먹고 다니는데, 그것도 바쁘다며 챙겨놓은 것도 못 먹고 나올 때가 많다. 아침부터 손녀 맡기로 온 딸이 뭐가 예쁘다고 새벽같이 일어나서 밥상을 차려주는지... 아무리 아웅다웅해도 딸과 엄마 사이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부모는 자식한테는 늘 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도 내 딸에게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죄인 된 기분이 든다. 불공평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우리 엄마도 내게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나도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90대 중반을 넘으신 외할머니가 친정집에 오셨다. 일주일 정도 계시다 갔는데, 외할머니가 60대 중반인 딸에게 말한다. “네가 뭘 할 줄 아니? 밥이나 제대로 해 먹고 사냐?”

어느덧 70을 바라보는 사위에게는 “내가 일하느라 많이 못 가르쳤어”하시며 결혼한 지 4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런 말을 하신다. 이제는 당연하게 좀 누리고 살아도 되는데, 당연한 것이 없나 보다. 자식이 8명이나 되는 할머니는 늘 못 해준 것에 대한 미안함에 아직도 죄인 된 마음으로 사시는 것 같다.




말 한마디에 불과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는 여러 뜻이 담겨있다. 할머니의 “내가 일하느라 많이 못 가르쳤어”하는 말씀은 혹시나 딸이 실수를 하면 그것은 딸의 탓이 아닌 자신의 탓이라는 것은 남겨두는 말이었다. 그리고 사위에게도 내 딸을 더 사랑해 달라는 말도 포함된 내용이었을 것이다. 진짜 못한다는 뜻보다 “못해도 좀 봐주게”라는 엄마의 마음이 들어있는 것이다. 딸을 사랑하는 마음도 당연한 것이 아닌데, 할머니의 당연한 사랑은 아마도 죽을 때까지 지속될 것 같다.




그전 같았다면 이런 말들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에그... 할머니는 늘 똑같은 말씀만 하시네.” 했을 것이다. 물론 사장님의 말씀도 듣고 흘려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남는다. 예민한 반응이 아니다. 예민하다고 표현하기보다, 이제는 조금씩 그 말 이면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겨우 애 하나 낳았을 뿐인데 그 아이를 통해서 세상이 달라 보인다.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 보니 그냥 막 뭐든 다 해주고 싶다. 이 아이가 아플 때 밤새워 간호하더라도 화가 나거나 짜증 나지 않는다. 더 못해준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이런 지독한 사랑을 해봐야 사람은 성숙하는 것 같다. 그동안 당연시하게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절대로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저절로 당연하지 않은 사랑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정말 그전과 달라진 것이라면 애 낳고 키워본 것뿐이다. 출산을 지양하려고 쓴 글은 아니다. 아마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나는 아이를 낳고 양육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세상이 달라 보인다.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고, 사장님이 나를 배려해 주시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마음들이 보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사람은 철이 드는가 보다.



코로나 일상은 우리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여행 갈 수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 것이 되었다. 마스크 벗고 살았던 그때가 있었나? 할 정도로 마스크는 생필품이 되어버렸다. 공기처럼 늘 일상이었던 것을 할 수 없게 되니 그동안 내가 누렸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의 이면에는 언제나 누군가의 노력, 인내, 배려, 사랑이 들어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해서 감사하는 마음도 잃어버렸던 것 같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그러니까 지금 현재 내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