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엄마가 엄마 자신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야. 다시는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40대인 지금도 하고 있는 걸 보면 삶이란 결코 쉽게 풀리는 문제는 아닌 것 같구나. 아마 누구나 그러겠지만 잘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야. 엄마도 마찬가지고. 다만 그 잘 사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지.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이런 궁금증을 갖다 보니 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삶에 대한 책을 찾아서 정말로 많이 읽은 것 같아. 어느 책에서도 정확하게 답을 가르쳐 주는 곳은 없더구나. 아마도 삶이란 문제 자체가 정답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그러니까 더욱 궁금하더라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엄마의 호기심은 점점 더 깊어만 가는구나.
그런데 삶에 대해서 들어가 보니 죽음이라는 것과 연결되어 있더라. 엄마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기 위해서 책과 사색을 통해서 좁혀나가고 있었는데, 어느새 삶은 죽음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 같더라. 그래서 이제는 죽음에 관한 책들을 읽게 되었어. 죽음이라고 하니까 선뜻 손이 가지 않더라. 엄마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어.
인간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것도 알고, 엄마 또한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나 봐. 아니면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나? 언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야.
엄마가 최근에 <죽음에 에티켓>이라는 책을 읽었어. 그 책을 보니까 죽음에 대해서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가 되었더라.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정말 세포 하나하나를 옆에서 같이 지켜보는 느낌이었어. 작가는 엄마랑 비슷한 나이의 아저씨인데, 자신의 아이가 태어나면서 삶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삶과 연관된 죽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대. 이 점은 엄마랑 비슷한 것 같다.
그러다가 작가는 죽음에 대해서 언급한 책들은 많지만 죽음을 가르쳐 주는 책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 그래서 자신이 직접 죽음에 대해서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인터뷰하고 수많은 장례식을 참가하면서 죽음에 대해서 가르쳐 줬어. 논문이나 의학 책을 통해서 사람의 몸이 어떻게 죽어가는지에 대해서도 묘사해 주었지. 그 책을 읽으면서 정말로 눈으로 죽음을 따라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라.
가끔 뭉클한 느낌이 올라올 때면 눈물을 꾹꾹 찍어가며 읽기도 하고, 내 주변의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떠올리면서 읽게 되었어. 그러다 생각한 것이 지금까지 엄마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너무 강했던 것일까? 사람 일이라는 것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말이야.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이 엄마의 마지막 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왜 생각을 못 하는 것일까? 만약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 쓰는 이 글이 정말로 소중하게 생각돼서 몇 번이고 수정하면서 계속 좋은 글을 쓰려고 할 것 같아.
아직도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면 울컥하고 눈물이 핑 돌지만 정말 작가의 말처럼 사는 것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태어날 때는 내 마음대로 태어날 수 없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그래도 내가 조금이나마 선택권은 있는 것 같아. 내가 미리 생각해 놓는다면 말이야.
엄마는 죽음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장기기증 서약은 해놨어. 이건 이미 네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엄마가 생각한 거야. 혹시나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겠지만 뇌사상태가 되었을 때 엄마의 장기 중에서 괜찮은 것들은 누군가에게 기증하기로 했단다. 이건 네가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그리고 조만간 사전 연명 의료 의향서도 작성할 예정이야. 질병 혹은 사고로 의식을 잃어 엄마가 원하는 치료 방법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수 없거나 말을 할 수 없게 될 경우 대비하기 위함이지.
물론 사랑하는 딸과 헤어진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든 일이지만 엄마 또한 의식 없이 의료기기에 의해 목숨만 연맹하기보다 엄마의 장기들이 조금이나마 더 잘 움직일 때 누군가에게 주고 싶단다. 이런 엄마 마음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면 엄마의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생각해 줘.
엄마가 예전에 죽음 체험을 해봤어. 그때 죽음에 대해서도 강의를 듣고, 유언장도 써보고, 실제로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서 10분 동안 있어보는 체험이었어. 누가 보면 별 체험을 다하는구나 하겠지만, 엄마는 그 체험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깨닫게 되었단다.
세상 떠날 때 입는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단다. 태어났을 때 아무것도 없이 태어난 것처럼 죽을 때도 빈손으로 가는 것이지.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는 공평하대. 누구나 한 번은 죽는 것이고, 죽을 때 들어가는 관은 기업 회장님이라고 해서 엄마의 관보다 더 크지는 않다 더구나.
네가 훨씬 어렸을 때 일이야. 엄마는 너를 양육하느라 일은 그만둔 상태였지. 외벌이를 하기 때문에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들더라고. 그렇게 더운 여름이었는데 아이스커피 한잔 사 먹으려고 하다가도, 집에 가서 먹지. 뭐... 하면서 참게 되더라. 이렇게 작은 돈이라도 아끼고 모아서 나중에 멋진 집 장만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지.
그런데 그 체험을 하고 나서는 그렇게 보냈던 시간들이 조금 후회됐어. 엄마가 꿈꾸는 미래가 안 올 수도 있는데, 오지도 않는 미래 때문에 현실을 무시하고만 살았던 거야. 만약 그때 엄마가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셨더라면 기분이 좋아지고, 아마 네게도 조금은 더 친절하게 굴었을지도 몰라. 저녁 반찬이 달라지면서 아빠와의 사이도 좋았을 것이고. 또 뭔가 좋은 일과도 연결되었을지 모르지. 그런데 지금의 행복은 무시한 채 먼 미래에 매달려 사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수의에 주머니가 없듯이 엄마가 죽을 때 가진 것 중에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어. 다 늙어서 아무리 좋은 집을 마련하면 뭐 하니. 지금 가장 젊었을 때 좋은 추억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집은 가지고 갈 수는 없지만 너와의 추억을 가지고 갈 수 있잖아. 이제 엄마는 죽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돈을 쓰기로 했어. 너와의 좋은 추억도 많이 만들 것이고, 또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들을 많이 하고 싶고. 조금은 더 가치 있게 돈을 쓰고 싶구나.
미안하지만 네게 물려줄 것도 생각하지 않을 거야. 돈을 물려주는 것보다 엄마와의 좋은 기억들을 물려주고 싶구나. 그래서 여행도 자주 갈 거고, 너와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으러 다닐 거야. 또 엄마가 말했지... 이제는 엄마만을 위해서 살지 않을 거라고... 의미 있게 벌어서 보다 더 좋은 곳에 사용하자꾸나. 사람들을 살리는 일. 그리고 사람들을 양육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말이야. 대신 너에게는 멋있게 사는 엄마의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기회를 줄게! ^^
엄마는 네게 돈을 물려주기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그것을 몸소 보여주고 싶구나. 엄마가 너 태어날 때부터 육아일기 쓴 거 알지. 엄마가 육아일기를 쓴 이유는 너의 작은 것 하나라도 기록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엄마의 실수, 엄마의 잘 못된 점, 잘한 점, 그때의 엄마 생각들 등등 모든 것들이 다 적혀있단다. 분명 너도 언젠가는 엄마가 될 거잖니. 그때 엄마의 육아서를 보면서 엄마가 잘 못한 점은 따라 하지 말고 보다 좋은 것으로 고쳐서 하고, 엄마가 잘 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보고 배웠으면 해. 아무도 현실 양육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거든.
아이를 양육하는 게 책으로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케이스가 있는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엄마의 삶을 보면서 잘할 것이 있으면 그대로 배우고, 잘 못한 점이 있다면 엄마를 뛰어넘도록 해라. 네게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하기도 싫고, 어떻게 살아라 하는 꼰대 같은 소리는 더더욱 하기 싫다.
그냥 바로 네 앞에 있는 엄마의 삶을 보고 네가 평가하렴. 그래서 엄마는 더 잘 살아야겠다는 그런 의무감이 드는구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여러 책을 보면서도 도통 답을 찾지 못했는데 죽음에 대해서 찾아보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이것 또한 정답이 아닐 수도 있어. 아니, 그럴 가능성이 훨씬 더 클 수도 있지.
하지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단다. 분명 너도 엄마랑 똑같은 질문을 네 삶에 있어서 몇 번이고 하게 될 거야. 그때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고민하면 답이 안 나올 지도 몰라. 그럴 때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렴. 어떻게 죽고 싶은지... 너의 어떤 모습을 사람들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무엇을 가장 후회하게 될지 생각해 보렴.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답이 조금 보이기 시작할 거야.
삶이란 정말 쉽지 않다. 한 번에 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여러 번 오랫동안 생각해보렴. 엄마는 아직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점점 그 답에서 가까워지고 있는 기분은 드는 것 같아. 우리 멋있게 죽자! 죽을 때 후회하는 일은 분명 있겠지만, 아쉬워하는 일은 없도록... 그렇게 살아보자.
어떻게 살더라도
너를 응원하는 엄마가
PS: 혹시 이 글을 볼 때쯤에도 네가 X자로 젓가락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물론 X자 젓가락질을 해도 밥 먹는데 상관없지만 어른이 돼서도 X자 젓가락질은 좀 그렇더라. 말로 하면 잔소리라 할까 봐 글로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