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프로젝트 헤일메리>_너의 별에서 만나

by 도롱

by 퀴어씨네클럽

아득한 우주에서 깨어난 ‘그레이스’는 두 명의 동료 시신 사이에서 혼자 살아남은 채 기억을 잃은 상태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우주선 안을 헤매다, 점점 기억을 되찾는다. 그리고 지구의 태양이 정체불명의 미생물 ‘아스트로파지’에 의해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으며, 자신은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 이 임무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헤일메리1.jpeg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초등학교 6학년, 아버지의 잘못된 보증으로 우리 가족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우리 집이 팔리고 우리는 남의 집 셋방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생계를 위해 밖으로 나갔고, 아버지는 빚을 갚기 위해 집을 비웠다. 우리 집이 남의 집이 된 전후 사정을 아무도 알려주지 않아 혼란스러웠지만 빚쟁이의 전화에, 끊기는 가스에, 밀린 고지서들에


여기 셋방살이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아득한 우주 한가운데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레이스는 태양계 밖에서 ‘아스트로파지’를 먹고 사는 미생물을 발견하고, 그것이 인류를 구할 유일한 열쇠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러나 실험 도중 사고로 연료를 잃고, 우주선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고립 상태에 빠진다. 그 순간, 정체불명의 외계 우주선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중학생이 된 나는 학교 앞에 있는 초라한 집이 들킬까 늘 고개를 숙이고 빠르게 걸었다. 문을 열면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혼자 방안에서 고립되어 있던 그때, 셋방으로 찾아온 다롱이를 만난다.


그레이스가 외계 우주선에서 만난 존재, 바로 ‘로키’다. 움직이는 돌멩이같이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그는, 자신의 별을 구한단 그레이스와의 같은 목적을 안고 이곳까지 온 존재였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경계하지만, 숫자와 리듬을 통해 가장 단순한 신호부터 쌓아가며 조금씩 소통해 간다.


다롱이는 주인에게서 버려지고 다른 집으로 보내지기 전 잠시 우리 집에 맡겨진 개였다. 우리 집을 잃고 셋방살이를 사는 나와, 다름없는 다롱이. 우리 둘은 같은 처지의 서로를 알 듯 늘 붙어 있었고 각자의 언어로 소통해 갔다.


헤일메리2.jpeg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서


그레이스와 로키는 반복되는 실험과 실패를 함께 겪으며 서로를 의지해 간다.

다롱이와 나는 붙어 있으며 컴컴한 셋방에서 서로를 버티게 했다.


그러다 로키는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되어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그레이스는 자신의 죽음을 각오하고, 결국 로키를 구해낸다.


그 시절, 사춘기를 맞는 나는 점점 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깊은 우울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 내 배 위에, 무릎 위에 앉아 위로해 주는 다롱이 덕분에 나는 그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침내 그레이스는 인류를 구할 해결책을 찾아 지구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고 지구로 향하는 중 그레이스는 로키와 그의 별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레이스는 선택한다. 지구로 돌아가는 대신, 방향을 바꿔 로키의 별로 향한다. 인류의 영웅 남기보다는 로키를 지키는 길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낯선 로키 행성에 남아, 그들과 함께 살아가기로 한다.


16년이 지나, 셋방살이를 전전하던 우리 가족은 진짜 우리 집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임무를 성실히 마쳤다는 듯 다롱이는 우리 집을 떠나, 지구 별을 떠나, 자신의 별을 향해 떠났다. 그레이스가 지구가 아닌 로키의 별에 남아 그와 함께 살아가기로 선택했듯,


나도 지구를 떠나 다롱이 별에서, 그 별 어딘가에서, 다시 함께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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