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각자 살아오던 이야기를 털어내다 보니 어린시절의 우리로부터 쑥쑥 자라나 어느새 여러 풍파를 겪은 우리가 있었다.
시간들은 죽순처럼 우리도 모르는 사이 쑥쑥 자라있었고 대나무의 마디마디처럼 서로 닿을 수 없는 간격으로 자리했다.
우리 사이에는 각자 그만둔 일이 있었고, 여전히 하고있는 일도 있었으며, 새롭게 겪은 일들이 서로의 마디와 마디를 채웠다.
비와 바람을 맞고선 타협하게 된 마음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강인해진 마음들이 세상으로부터 지키고 싶은 마음들이 꼿꼿하게 서 있었다.
우리가 왜 다시 만나게 되었는지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모두 세상과 현실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고집과 정의를 꺾지 않는 면모가 있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자라나고 있었다.
여리고 약했던 우리는 원치 않았던 거친 비와 바람을 모자람 없이 만났고, 어느새 푸른 대나무처럼 각자의 기준을 우뚝 세운 채로 불어오는 바람을 애써 모른척 하는 방법도, 비가 내릴땐 그저 맞는 방법도 알게 된 모습이, 스스로를 지켜오기 위해 고군분투한 모습들이 고스란했다.
오랜만의 대화와 변하지 않은 모습들을 떠올리다 초등학교때 우리의 동네에 생겼다가 금방 사라져버린 커다란 팬시점이 문득 떠올랐다. 아주아주 깊은 기억속에 있던 옛일이다. 기억은 금세 비눗방울처럼 터졌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의 시간을 살아낼 것이다. 그때도 또다시 지금과 같은 모습도 있을 것이고 그만둔 것들도 있겠지. 물론 새로운 모습들도 새로이 마디에 자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