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해가 지고 밖이 어둑어둑해지면 따뜻한 전구색으로 조명을 바꾼다. 캄캄한 밤에 백색등을 쐬고 있으면 피부가 따갑고 아픈 느낌이 든다. 온화하고 따스한 전구빛의 공간은 지친 하루를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한 위안처가 되어준다. 고요히 잠이 들기까지 안락한 연결 통로가 되어준다.
조리원에서 일과는 전구빛을 닮았다.
6:30 ~7:00 사이 전화가 오면 목욕을 마친 아기를 데려와 수유를 하고 8시까지 모자동실 시간을 갖는다. 한쪽 수유를 하는 동안 아기는 응가를 싸고 잠이 든다. 15분이 되면 젖을 떼어내고 트림을 시키고 잠에 취한 아기를 눕혀 기저귀를 간다. 그럼 아기는 잠이 깨고 잠이 깬 아기에게 다시 반대쪽 젖을 물린다. 아기는 먹다가 또 잠들어 버리고 잠든 아기를 떼어내 트림을 시키고 침대에 눕혀 잠든 모습을 지켜보다가 8시가 되면 신생아실로 보낸다. 기저귀를 갈고 반대쪽 젖을 먹이는 중에 응가를 또 하기도 한다. 이때는 젖을 다 먹인 뒤 (또) 잠든 아기를 눕히고 두 번째 기저귀를 간다. 그럼 아기는 또 깨고 깨면 또 먹고 싶다고 운다. 젖이 더 나오지 않으니 신생아실로 데려가면 분유보충을 해주신다.
8:20 아침식사가 방으로 배달된다. 이른 시간 수유를 하다 보면 허기가 진다. 아침은 주로 미역국과 생선반찬이 나온다. 식사를 하고, 좌욕을 하고 양치를 하면 어느덧 9시가 넘고 청소해 주시는 분들이 들어오신다. 그럼 빨래더미를 들고나가 빨래함에 넣고 손목 파라핀을 한다. 그렇게 9시 반쯤이 되면 깨끗하게 청소된 방으로 돌아와 세수를 하고 잠시 눕는다. 누워있으면 곧 아침 간식이 배달된다.
10:30 전후로 초밥이가 배고파한다는 전화가 온다. 낮에는 아기 수유콜을 받고 있다. 가능한 모유를 먹여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신생아실에서 건네준 초밥이는 계속해서 입을 뻐끔뻐끔 거린다. 새빨간 얼굴 넓은 미간 여전히 외계 생명체 같은 내 아기. 방에 들어오면 얼른 커튼을 치고 전구색 간접등으로 조명을 바꾼다. 환한 백색등은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에는 왠지 적합하지 않게 느껴진다.
수유를 마치면 아기를 신생아실로 돌려보내고, 그럼 곧 점심이 배달되어 점심을 먹고, 누워서 잠시 눈 좀 붙이면 또 수유콜이 오고 그럼 다시 몸을 일으켜 아기를 데려오고, 수유하고, 돌려보내고, 잠시 쉬면 저녁 식사가 배달되고 오후 6시 두 번째 모자동실 시간이 시작된다. 모자동실이 끝나는 8시에 맞춰 아기를 돌려보내기도, 좀 더 늦게까지 데리고 있기도 한다. 11시 반에서 12시 전후로 유축을 한 번 하고 밤잠을 자는데, 오전 여섯 시 시반에 일어나야 하니 하루 수면시간은 대략 6시간 정도이다. 고작 6시간이라니...라는 생각은 조리원 퇴소 후 바뀌게 된다. 6시간이나 잤구나, 언제 6시간을 다시 내리 잘 수 있을까.
단조롭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조리원에서의 하루하루는 전구색을 띤다. 혼자 있는 시간도, 아기와 붙어있는 시간도, 따뜻하지만 또렷하지는 않다. 온화하고 고요한 방 안에서 마음은 가볍게 설렜다가 이내 침잠되기를 반복한다. 아기와 엄마의 서툰 하루하루가 은은한 주황색 빛에 포개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