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평생을 불리울, 이름

by 별집

"조리원 나가면 정신없을 텐데, 출생신고 미리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겠네. 그럼 우리 초밥이 이름을 얼른 지어야 하는데..."


평생 불릴 이름을 지어주는 것, 자식에게 행사하는 부모의 엄청난 권리이자 권한이라는 생각이다.


이름과 관련하여 남편과 나는 의견차이가 좀 있다.

남편은 막 튀는 이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흔한 이름도 아니다. 검색창에 이름을 넣어보면 동명이인이 몇 명밖에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그에 대한 소소한 정보도 검색이 된다. 남편은 자신의 정보가 이렇게 노출된다는 것에 별다른 동요가 없다. 자신의 이름이 흔하지 않아서 좋다고 한다.


반면에 나는, 내 이름이 흔해서 좋다. 흔하다기보다, 평범해서 좋다. 고등학생시절 국어선생님이 내 이름을 두고 "길다가 툭치면 XX잖아~"라는 농담을 하신 적이 있는데, 그 농담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당시에는 흔한 내 이름이 싫었던 것 같다. 한창 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춘기 시절이니, 나라는 사람이 그 흔한 XX라는 사실이 싫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내 이름이 흔해서 좋다. 좋다기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든 찾아내는 온라인 세상에서, 내 이름 석자를 아무리 검색해 봐도 세상에 숱한(유명한) 동명이인들 덕분에 내 정보는 결코 찾을 수가 없다. 작정하고 뒤지면 어떤 것도 찾아낼 수 있는 세상에서 이렇게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안도감이 든다.


그래서 남편은 흔하지 않은 이름을, 나는 너무 튀지 않는 이름을 선호한다.

막달쯤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내가 먼저 글자 하나를 골랐고 남편과 여러 조합을 고민하다가 의견이 합쳐져 너무 흔하지 않은, 하지만 너무 튀지도 않는 예쁜 이름을 초밥이에게 지어주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름의 결정이 끝이 아니었으니, 이제는 이름에 뜻을 담아야 한다. 각 글자별로 이름에 많이 쓰이는 한자를 검색하고 마음에 드는 한자를 골라 이름을 완성! 하는 듯했으나, 마침 올케가 작명어플을 알려줬고 재미 삼아 깔아본 어플에 우리가 지은 이름과 한자와 아기의 생년월일을 넣었더니 읭? 빨간불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가 원하는 한자와(일부 항목이 '매우 좋음'이 아님) 어플에서 골라준 한자(모든 운이 '매우 좋음'인)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팡질팡했다. 우린 결혼 전에 사주도 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작명어플에 발목 잡혀서 며칠 동안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 아무래도 아기의 이름이다 보니 평소 우리답지 않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기왕이면 완벽한, 그게 설사 터무니없는 믿음이라 해도, 아무 오점 없는 이름을 지어주어야만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이 우리 둘 다에게 있었던 것 같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다 이렇겠지.


아무튼 그렇게 출생신고를 미루며 몇 날며칠 고민하다가 결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예쁜 뜻이 담긴 한자 두자를 골랐다. 엄마아빠의 마음과 실질적인 이름의 의미가 중요한 것 아니겠냐며. 우리의 바람처럼 밝고 슬기롭게 잘 자라주길 소망하며 막중한 임무를 마쳤다. 결정하고 나니 너무나 후련하고, 우리가 지은 이름이 부를수록 참 마음에 든다. 초밥이가 부디 자신의 이름을 좋아해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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