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생활이 열흘이 넘어간다. 살짝, 감정의 하강이 찾아왔다.
'아기의 관점'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기의 관점에서 생각하니 아기가 너무나 안쓰럽고 아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마음이 무겁고 감정적으로 침체되어 갔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있다가 세상에 나왔는데 나오자마자 신생아실로 옮겨져 플라스틱 침대에 담겨 낯선 사람들의 손에 옮겨진다. 엄마 젖보다 분유를 먼저 맛보고 엄마 아빠는 투명한 유리문 너머에서 잠깐 얼굴을 비칠 뿐이다. 조리원으로 와서는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역시 타인의 손에 들려진다. 이따금 엄마 젖을 먹으러 오기도 하지만 그건 하루에 고작 몇 번일 뿐, 그마저도 배고프다가 울고 울어야 입에 젖이 물린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들에 엄마로서 너무나 무지했음이 아기에 대한 미안한 감정으로 번지고 나에 대한 죄책감으로 다가와 이성적으로 컴트롤이 잘 되지 않았다. 당장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찾아왔다. 집에 가서, 지금이라도, 아기랑 나랑 둘 만의 리듬을 찾고 싶다는 생각. 이 모든 정보를 진작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상실감.
다행히 남편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줬다. 아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산모의 건강과 회복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말이 위로가 됐다. 주변에서 다들 조리원에서는 뭐 하려 하지 말고 무조건 쉬다가만 나오라고 한다면서. 어차피 지금 나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며칠 남지도 않은 상황이니 마음 편히 푹 쉬고 회복하자고.
출산과 육아는 너무나 방대한 새로운 세계다. 다른 행성에 발을 디딘 것만 같다. 당연히 정답은 없고 서로 다른 의견과 생각과 정보들이 넘쳐흐른다. 서로 다른 목소리들을 들으며 결국 어떤 가치를 선택할지 판단은 부모가 해야 한다. 이제 막 엄마가 된 사람으로서, 이 새로운 세계에 대해 무지했던 엄마로서, 앞으로 올바르게 현명하게 잘 판단해 나갈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선다. 동시에 다시 찾은 이성의 힘으로, 잘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