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8 이모님과의 만남

by 별집


오전 8:50

똑똑, 조심스러운 노크소리가 들린다. 남편은 출근하고 밤새 잠을 못 자 지쳐있는 나에게 단비와 같은 노크소리였다. 문을 여니 단정하게 차려입으신 이모님이 서계셨다. 안녕하세요 이모님, 밤새 기다렸어요..!


마침 초밥이가 깨어 바로 수유를 해야 했고, 만난 지 십 분도 채 되지 않은 사람 앞에서 옷깃을 열고 구부정하게 앉아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병원과 조리원을 거치며 타인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수유를 하는 상황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직 사라지지 않은 민망함이 자꾸만 고개를 든다. 하지만 애써 고개를 든 민망함이 무색해지게, 이모님은 아무렇지 않게 내 수유자세부터 바로 잡아주셨다. 더 높은 수유쿠션으로 바꿀 것을 권했으며 아기가 고개를 살짝 들 수 있게 수건을 손수건으로 싸매 베개를 만들어주셨다. 먹다가 자꾸 잠드는 아기의 발바닥을 꾹 누르며 충분히 먹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렇게 깨워가며 먹여가며 거의 50분 가까이 수유를... 그 덕분인지 아기는 3시간을 내리 잤고 나도 밤새 못 잔 잠을 보충했다.


12시 30분, 아기의 울음소리와 함께 잠에서 깼고 두 시간의 단잠 덕분에 피로가 조금 가셨다. 거실에서 이모님과 다시 수유를 하고, 수유를 마치고는 이모님이 아기를 트림시키고 안아주는 동안 식사를 했다. 이모님이 차려준 따뜻한 국과 반찬, 말끔히 정리된 주방과 거실, 정갈하게 개어져 있는 빨래들. 이모님의 손을 거쳐 정돈된 집안 풍경을 보고 있자니 지친 마음에 위안이 찾아왔다.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지금이다.


이모님은 아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셨다. 앉는 자세, 트림시키는 자세, 아기를 대하는 말투와 표정에서 능숙함과 여유로움이 풍겨 나와 마음이 놓였다. 초밥이도 그새 눈치챘는지 이모님 품에서는 칭얼거림도 금세 멈추고 편안한 표정을 지으며 새근새근 잘도 잠들었다. 이모님은 10년도 넘는 경력자셨고 조심성과 센스가 있는 분이셨다. 특히 모유수유에 대한 경험도 많으시고 모유수유를 하고 싶어 하는 나를 기특하게 바라봐주시는 점이 감사했다. 산후도우미 예약을 출산 직전주에 급하게 해서 어떤 분이 오실지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좋은 분이 오셔서 마음이 놓였다. 타인을 집에 들여야 한다는 불안함과 염려가 단 몇 시간 만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오후 네시 반, 이모님이 가시기 전에 아기를 재워주었고 나도 함께 잠이 들었다. 그리고 5시 5분, 아기의 울음소리와 함께 단잠은 끝나버렸다. 이모님이 가시자마자 깨버리다니! 더 큰 문제는 울음이 달래지질 않는다는 거. 이모님 계실 때는 세상 얌전한 순둥이더니 이모님이 가시자마자 지난밤의 강성울음이 다시 시작됐다. 이 현상은 이모님이 계셨던 기간 내내 지속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아가들이 많다고 한다. 아가들이 이모님 가시면 원래 돌변한다고... 이모님 다시 돌려내 이모님 품이 더 편해!!!라고 말하는 걸까.


좋은 만남은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삶의 가치를 높여준다. 이제 막 시작된 초밥이의 삶에 좋은 인연이 맞닿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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