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변한다는 것. 사람이 변한다는 것.
나는 특정 음식마다 '단골집'을 가지고 있다. 그 음식을 먹고 싶을 때는 꾹 참았다가 꼭 단골집에서 먹는다. 다른 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단골집의 음식 맛이 변하면 마치 배신이라도 당한듯한 느낌을 받는다. 난 예전에 그 맛을 기대했는데 오늘 먹은 음식은 그때 그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음식은 여러 재료들의 조화다. 김치찌개라면 김치의 맛, 국물의 맛, 돼지고기의 맛, 여러 부분의 맛이 조합되어있다. 그중에 한 부분이라도 전과 다르다면? 우리는 실망한다.
결국 그 단골집을 다시 찾는 일은 없다.
한번 생각해보자. 식당이 예전 그 맛을 유지해야 하는가? 그 식당을 자주 찾는 사람 입장에서는 맛이 변하지 않길 바란다. 내가 경험한 것을 좋아했고 그 이유로 그 식당에 가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맛이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대변하지는 않는다.'는 사소한 진리를 인정해보자. 그 식당은 내 입맛을 맞추기보다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사실 이건 옳고 그른 것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는 선택의 문제다. 식당 주인이 맛을 유지하겠다면 유지하는 것이다. 맛을 바꿔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겠다면 추구하는 것이다.
위에서 '맛이 변하면 단골집을 다시 찾는 일은 없다.'라고 이야기했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변한 맛'을 좋아하는 새로운 손님이 찾아올 수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음식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과 만나고, 부딪히고, 알아가고, 헤어지면서 나의 맛에 대해 알아간다. 나의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은 단골손님처럼 자주 본다. 어쩌다 한 번씩 봐도 친근하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이 똑같으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부분은 바뀌고, 어떤 부분은 전과 180도 달라진 생각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난 나를 만나는 사람에게 '나'로써 남고 싶은데.
그 두 가지를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를 유지하면서도 나를 변화시키는 방법 말이다.
난 이 문제의 해답도 '음식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가본 식당 중에 상당히 특이한 음식점 하나가 있다. 3개월 만에 메뉴를 리뉴얼하는 음식점이다. 음식은 매번 바뀌지만 자주 찾고 싶은 식당이다. 다른 식당은 자신만의 시그니쳐 메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사람들은 시그니쳐 메뉴를 먹기 위해 찾아오기 때문이다. 반면에 그 식당은 뻔한 상식을 뒤집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주 찾는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 한 가지다.
모양은 바뀌지만 철학은 바뀌지 않는 것.
우리는 맛을 '유지'와 '변화'를 이분법적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맛을 입체적으로 보자. 그럼 보인다. 음식은 '재료'와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다. 재료는 달라져서 맛은 변할지 모르지만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는 게 느껴지는 것. 이것이 '유지'와 '변화'의 핵심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여러 모습이 있지만, 내면의 철학은 바뀌지 않는 것. 사람이 철학을 갖게 되면 생각, 말투, 행동이 바뀌어도 그것이 일관성을 갖게 된다. 맛은 바뀌지만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는 음식점처럼 말이다.
내 철학을 갖는 것. 이것이 나의 어떤 것이 변해도 '나'로 남을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