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오전의 단상
작은 얼굴의 장미
조용한게릴라
겨우내 움크렸던 고개를 들고,
바람에 나부끼는 초록들이 등성이는 가시덤불 속에서
붉은 얼굴을 내미는 '작은 얼굴의 장미'
모양은 영락없이 장미나,
장미라고 보기엔,
얼굴이 너무 작아 그 자태와 향기가 덜하고,
꽃이라고 말하기엔,
얼키고 설킨 거친 줄기에 가시가 너무 많아서,
그 저,
‘들에서 피는 장미'라 하여 '들장미'라 부를 뿐,
누구도
‘어여쁜 장미'를 '꽃'이라고 말하지 않았답니다.
또한, 누구도
‘꽃'이 아닌 그 '장미'를 소유하려 하지 않았지요.
이름도 없고,
주인도 없고,
출처도 없이,
그 무엇을 위한 꽃도,
그 누구를 위한 꽃도 아닌 꽃으로,
대지에서 태어나 대지에 꽃이 되어버린 꽃.
볼품이 없다고, 가시가 많다고,
그 누가 '꽃'이 아니라 한들 어떻습니까.
그 상처의 눈물이 붉은 꽃으로 피고,
그 가시가 거친 땅을 뚫고,
뜨거운 태양 아래,
가장 뜨겁게 피고 지는 '대지의 꽃'으로.
푸르른 하늘 아래,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들의 꽃'으로.
여기, 이 땅 위에, 영원히 아로새겨질 것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