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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허로이 Feb 13. 2024

걔의, 또는 나의 이야기

나 사용기

남과 시선을 마주치는 일이 두려웠는데, 무엇 때문이었을까?

식당에서 일행이 다른 테이블을 쳐다보면, "보지 마"라며 제지하기를 여러 번.

어렸을 때는 호기심에 쳐다봤다가 행여 시비가 생길 것이 두려웠고,

조금 지나니 주변에 아예 무관심해졌는데,

나이가 들고 나니, 거슬리는 것들에 참견하고 싶어질 까봐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카페 등에서 혼자 있는 경우, 남의 관심을 주지도 받지도 않기 위해 전화(통화)나 문자, 잡지를 펼친다.

다만, 눈과 귀를 통해 지극히 수동적으로 전해지는 정보까지 피할 길은 없다.

내용은 대체로 하소연으로 포장한 뒷담화 또는 그것을 통한 자기 자랑이다.


예를 들면,

‘가’와 ‘나’가 싸웠다. ‘가’는 ‘다’를 만나 하소연을 한다.

애초에 ‘편’ 먹을 사람을 선택했기 때문에, 공감하기는 꽤 진지하게 진행된다.

안 믿기겠지만, 심지어 '가'의 자기반성(?)도 등장한다. 은근슬쩍 배려심을 곁들여.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닌데....'가 들어가는 대화가 바로 그것이다.

희한한 상황은 이게 당사자들 없이, ‘마,' '바,' '사' 에 공유되는 경우다.

그 자리 누구도 당사자가 아니므로, 애초부터 공감이나 자기반성이 등장할 수가 없다.

디저트처럼, 오직 그 자리에서 먹고 없애는 거다.

녹인 캐러멜 한 겹이 매끈하게 코팅되어 반짝이는 케이크 한 조각. 그 위에 올려진, 반짝이는 새끼손가락 크기 금가루. 누가 저것을 차지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눈치 게임, 스릴.

남얘기가 주는 짜릿함. 당 충전은커녕 한 입이면 오버차지를 찍는 달콤함.

괜찮아~ 나눠 먹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아!

괜찮아~ 같이 까는 건데, 걘 모르니 괜찮아!

각자의 몫(?)으로 할당된 대사를 쏟고 나면, 문득 현타가 올 때가 있다.

난데없는 대화 단절, 또는 갑자스런 화제 전환. 바로 그런 순간 말이다.

물론 내가 해 봤으니 하는 말이고, 이런 경험이 없다면, 와우 당신에게 마음을 다해 경의를 표한다. 진심이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눠 먹으면 괜찮은 게 맞나? 아예 안 먹는 게 제일 좋다는데, 조금이야 괜찮지라는 말이 논리에 맞는가?


일단 그냥 말을 던지는 것뿐이라고 하지만, 이거 하려면 상당한 양의 자체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다.

평소 그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야 하고, 떠다니는 서사에 귀를 쫑긋하고 있어야 하고, 나름의 평가 기준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의 평가도 알아두어야 하고, 등등. 아이고.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고, 심지어 복잡하기 짝이 없지 않은가? 저들이나, 나나, 왜 이러고 앉았는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보았다.

맞은편 꽃집이 분홍, 파랑, 하양, 노랑 색색으로 물들어 있다.

와! 예쁘다...

말소리도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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