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사용기
월요일 아침, 메일함 목록을 열었는데, 올 일 없는 답장이 도착해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작업이기에, 받는 사람이나 보내는 나나, '답장필수' 같은 마음은 없다.
얼굴도 일 년에 서너 번 스치나 싶고, 통화 횟수도 비슷하다.
그러니 월요일 아침에 받는 답장이란, 핑크빛 소식일리 없다는 거지.
일단, 메일제목을 쏘아본다. 그러면 뭔가라도 보일 줄 알고.
실망스럽게도 'RE: '에는 그 어떤 힌트도 없다.
그럼, 보낸 시간이 언제지? 금요일 오후 6시 29분.
하아...
유연근무제로 금요일은 대개 6시까지 근무하는 이가 많지 않다.
한숨이 깊어진다. 굳이 저 시간에 쓰는 답장이란, 게다가 금요일이었는데.
이번엔, 내가 보낸 메일함을 열어본다.
뭘 잘못 썼을까? 보냈던 메일과 첨부파일을 휘리릭 살펴본다.
사실 지난 서너 달 정도는 기존과 다르게 해 보다가, 이번 달엔 다시 기존 방식을 사용했다.
뭔가 잘해보려고 시도했으나, 피드백이 없길래 그만두었다.
그게 좀 마음에 걸리는 군.
그렇다면, 받은 메일함 목록을 훑을 차례다.
이런, 찜찜한 메일 제목이 이게 하나가 아니네? 몇 개인가?
나의 한 주, 그 의미를 결정해 줄 놀라운 제목들이 하나, 둘, 셋....
다양한 각도에서, 날카로운 분석을 시도하지만,
이제는 내가 더 이상 찾을 힌트도, 시간도 없다.
어찌 되었든, 이걸 열어야 업무를 시작을 할 텐데,
시작을 해야 오늘을 끝낼 수 있지 않겠는가.
클릭.
'늘 감사합니다. 센스 있는 작업 덕에 항상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 그랬구나. 그랬던 거구나.
오후엔 전화 한 통 넣어봐야겠다.
일단, 답장은 쓰고.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로 시작하는 하루는, 어찌되던 견딜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