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의 사용기
일단 구매자 아닌 대출자라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시간이 촉박했다.
소설과 달리 스토리가 없는 책은 유난히 집중력을 쉽게 놓쳐서 늘 빠듯하게 읽는다.
읽은 보람을 느끼고 싶어서, 초집중을 위해
'충동이 일 때, 충동 파도타기 10분을 기다린다'라는 조언을 실천했다.
눈은 글자위에 있는데 머릿속에는 스멀스멀 생활 토픽이 흘러 다니길래
시선을 들고 벽을, 빈 벽을 보았다.
파도타기로 충동울 저 멀리 보낼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저 조언은 내 독서생활에는 통하지 않았다.
면벽 수행을 택했던 이유는,
책을 덮으면 휴대폰을 펼쳤고,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다 잠에 굴복했고,
창 밖으로 시선을 돌리니, 마음이 함께 날아가는 것이 아닌가?
저 파랑파랑 하늘로 날린 건 충동이 아니라, '나'였다.
나를 낚은 풍경에는,
해가 노랑이었고, 라일락 향이 나를 불렀고, 봄비로 길이 젖었고,
산책하는 웰시코기 궁둥이가 탐이 났고, 빵냄새가 나고, 카페인이 모자라서......
책을 펼친 계기는, 본짓 인생을 살기 위한 실질 방법론이라는 소개였다.
작가 또는 기획자 의도대로 손쉽게 '훅'된 나. 다만,
고개를 끄덕이는 포인트는 늘 다른 곳이다. 아, 나는 안 되는 방법이구나.
브런치스토리를 열어 무작정 써내려 가는 글은, 또는 시간은,
나의 본짓을 위한 딴짓인가? 본짓인가? 본짓이며 딴짓이면 또 어떤가?
모든 일은 나를 아는 것 부터 시작이라는 깨달음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이것으로 올해 자기 계발서는 마지막이겠다.
나를 알기 위한 여행을 시작할 아름다운 계절이 왔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