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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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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퀼티 Apr 15. 2017

봉화

푸줏간에 들려

흥청히 놀다보니 깨어나는 봉화

왁자지껄이는걸보니

마을은 요란스러우며 상서로움이라곤 없다


검게 피어오르는 것들

그 사이로 한 까마귀가 훼훼 돌며 지저귄다

우리가 언제 마주한 적이라도 있는지

아는체 말거는게 겸연쩍다


골목 어귀쯤 나를 발견한다

비대하고 술에 취한 돼지는 골목이 좁다

점점 숨이 막혀와 광장으로 눈을 돌려보니

한 떼의 검은 무리들


패악한 놈들,

조소하며 뒤뚱거리는 나는 눈물이 난다

봉화가 울리는데

사람들은 흐드러지게 얼굴을 피우고 있다


꽤액꽤액대고 있으려니

강아지가 달려와 왕왕 짖는다

봉화나 까마귀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는듯

터질 것 같이 붉은 내 얼굴만 지그시


나는 선지자가 아니요

항변하는 와중에도

봉화의 검빛 연기가 축제를 불태우는데

강아지는 말이 없다


신음을 터뜨리며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까마귀인지 연기인지

혹은 다 꿈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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