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에 들려
흥청히 놀다보니 깨어나는 봉화
왁자지껄이는걸보니
마을은 요란스러우며 상서로움이라곤 없다
검게 피어오르는 것들
그 사이로 한 까마귀가 훼훼 돌며 지저귄다
우리가 언제 마주한 적이라도 있는지
아는체 말거는게 겸연쩍다
골목 어귀쯤 나를 발견한다
비대하고 술에 취한 돼지는 골목이 좁다
점점 숨이 막혀와 광장으로 눈을 돌려보니
한 떼의 검은 무리들
패악한 놈들,
조소하며 뒤뚱거리는 나는 눈물이 난다
봉화가 울리는데
사람들은 흐드러지게 얼굴을 피우고 있다
꽤액꽤액대고 있으려니
강아지가 달려와 왕왕 짖는다
봉화나 까마귀는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는듯
터질 것 같이 붉은 내 얼굴만 지그시
나는 선지자가 아니요
항변하는 와중에도
봉화의 검빛 연기가 축제를 불태우는데
강아지는 말이 없다
신음을 터뜨리며 하늘을 바라보니
어느새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까마귀인지 연기인지
혹은 다 꿈일런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