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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퀼티 Apr 18. 2017

4월의 은하철도  

사당역. 괴한이 할머니의 코를 베었다. 아무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었다. 괴한은 수시로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사나운 표정을 지었다. 너의 거짓말 마저 나의 것이야. 그렇게 말했다. 내 눈이 거멓게 타오른다. 그을린 눈이 떨어진 코를 향한다. 나는 다짐한다. 할머니가 내리면 저걸 주을거야. 주워서 제사를 지낼거야. 이 세상 최고의 관능으로 죽은 자를 애도 할거야.


죽은 자가 한참을 더 가득찰 지하로 향하며, 돌계단 위를 유영하던 B는, 나의 두번째 손가락을 감싸쥐었다. 나의 것, 나의 들개, 나의 오열이여. 내가 가진 것 중 가장 가여운 것. 찬란한 부끄러움이여. 죽은 자의 관뚜껑 위에서 신음하던 개들을 다 쫓아내고, 그 위에서 다시 시작되는 교성. 울면서 위로하고, 고통받으며 사랑하고. 그런데 이 곳에서는 별이 보이지 않는구나. 나는 코끼리의 눈에 박힌 커다란 루비를 파다 모든 손톱을 잃고 관 속에서 죽어버린다.


방배역. 죽어라. 다 죽어. 살인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열차는 정차하는 법이 없다. 역을 지나쳐 지상으로 지상으로 자꾸만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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