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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퀼티 Apr 24. 2017

옅은, 스륵

1.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술을 먹는다. 입을 쓴다. 먹고, 마시고, 말이란 것도 한다. 때때로 웃고. 때때로 울린다. 수많은 단어들이 서로를 교차한다.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으면 나는 술을 먹는다. 옆에서 웅웅대며 무슨 소리들을 내긴하는데 그게 말인지 하울링인지 알고 싶지도 않다. 내 목소리도 간간이 들린다. 웃음 소리. 너는 이름이 뭐야? 그게 진짜 중요하니? 내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이름을 부를 목소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꽃이라도 피울 권능이 있는 것마냥. 재잘재잘. 알지도 못하면 입 좀 다물고 있어. 다들 진짜 아니잖아. 너 웃는거 너가 웃는거 아닌거 다 알아. 그냥 술이나 마시자. 진심도 아니면서. 다같이 죽어가는 처지에. 놔. 됐어. 됐다고.

(그가 술집을 나가자 웃음소리가 나면서 막이 내려간다.)


2. 오랜만이에요. 사실 하루만인데. 자칫 영원인 줄 알았어요. 아.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당신이 보고 싶었어요. 우리 대화 나눠요. 아니 됐고. 우리 춤을 춰요. (love is easy, let's do it) 정말이지. 말(word)이란. 오늘은 뭐하고 보냈어요? 사실 아무 말 안해도 돼요. 그냥 목소리를 듣고싶어서. 나는 사람 눈 잘 안봐요. 눈에서 영원같은 것 찾지 않아요. 우리 그것보다 어서 손을 잡아요. 그리고 어디 가서 좀 누워요. 같이 널려있어요. 나는 내일 죽어요. 상관없어요. 어차피 운명은 하루니까. 남은 모든 시간을 이어붙여. 그대에 닿기만 한다면. 그대의 손짓으로. 좌우가 섬찟. 별이 내리니까. 그 잔바람이라도. 닿기만 한다면. 나는 이미. 그것으로.

자. 이것봐요. 바닥이 일어나요. 하지만 걱정마요. 나는 정말 웃음이 나요. 우리는 이토록 서로를 온전히 그리워하는군요. 안녕. stranger.

(Oysters down in Oyster Bay do it. Let's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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