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발표는 늘 조용하게 난다.
[인사공지] 승진자 명단
사무실 전체가 동시에 공지를 연다.
그리고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천천히 스크롤을 내렸다.
연구원 → 선임연구원
선임연구원 → 책임연구원
이름들이 지나갔다.
그리고 끝났다.
내 이름은 없었다.
나는 다시 올렸다.
다시 내렸다.
그래도 없었다.
민수가 메신저로 물었다.
“선배.”
“응.”
“혹시 찾는 거 있어요?”
나는 모니터를 보며 대답했다.
“내 이름.”
점심시간.
승진한 사람들은 조용히 밥을 샀다.
승진 못 한 사람들은 더 조용히 밥을 먹었다.
정수기 앞, 나는 서연에게 물었다.
“책임님은 알고 있었어요?”
서연은 물을 마시며 말했다.
“아유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쵸?”
"그럼요, 담번엔 도윤씨 차례야, 알잖아요"
오후 3시.
팀장이 나를 불렀다.
“도윤 씨, 잠깐.”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건 '설명하는 자리’다.
팀장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에 도윤 씨도 당연히 후보였어요. TO가 너무 적었어. 내가 내년에 꼭 챙겨줄게, 섭섭하지?”
나는 아무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머릿속에서 지난 1년을 돌렸다.
야근. 보고서. 자료. 회의.
“저도 나름 열심히 했는데...”
팀장은 웃었다.
“그럼, 알지, 다음번은 도윤씨 차례야.”
멍하니 회의실에 혼자 앉아있는데
민수가 회의실 문을 열었다.
“선배.”
“응?”
“회의 시작했대요.”
회의실.
본부장이 말했다.
“오늘 분위기가 좋네요.”
승진한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회의 중간에 본부장이 나를 흘깃 봤다.
“도윤 씨.”
“네.”
“잘 지내요?"
나는 잠깐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네.”
본부장은 웃었다.
“좋아요.”
회의가 끝나고 민수가 나에게 물었다.
“선배.”
“응.”
“왜 밀렸어요?”
나는 말했다.
“나야 모르지”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이 말 안해요?”
나는 말했다.
“담번에 챙겨준다는데?”
민수는 가방을 메며 말했다.
“이 회사는요.”
그리고 잠깐 생각했다.
“기준을 모르겠어요, 너무 그때그때 달라요야.”
나는 웃었다.
“그건 너무 냉소적인데.”
민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리고 말했다.
“팩트입니다.”
6시.
민수는 사라졌다.
나는 모니터를 봤다.
메일이 하나 와 있었다.
[요청] 최종보고서 수정 요청의 건
나는 잠깐 웃었다.
승진은 못 했지만 일은 늘었다.
파일 이름을 바꿨다.
_v11
그리고 생각했다.
아마도 내가 승진에서 밀린 이유는
앞으로도 내 머릿속에서는 절대 알지 못하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