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세버그가 빠진 것도 이해가 간다.
로맹 가리의 글을 처음으로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 <삶의 한가운데>와 닮은 제목, <자기 앞의 생>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손을 뻗었다.
그리고 앞부분 몇 장을 읽자마자 작가가 특별한 사람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로맹 가리.
책 속에는 눈물이 나올 것 같은 구절이 많았다.
외로운 고아였던 주인공이 따뜻한 낯선 여성의 관대한 행동에 희망 비슷한 것을 맛보았다고, 그러나 그때 느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니 굳이 설명하진 않겠다고 쓰여 있는 부분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강아지를 너무나 사랑해서, 자기가 가질 수만 있다면 갖고 싶었던 멋진 삶을 그 강아지에게 선물해주고 싶어서 부잣집에 판 얘기도.
근래 어떤 글이나 영화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진짜 감동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 가슴이 벅찼다. 로맹 가리의 글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따뜻함과 사랑일 뿐, 그에게는 어떠한 위선도 지적인 허영심도 없다. 그는 잘 쓰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다. 그냥 깨달은 게 많고 생각도 깊고 마음이 따뜻하다 보니 글에도 그게 드러나, 읽는 이의 머리를 강하게 칠 뿐. 너무 아름다웠다.
+
그런데 당연히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인 줄 알았던 이 이야기가 픽션이라니 믿을 수 없다.
약간의 배신감마저 들 정도였다.
어떻게 된 사람이길래 이런 픽션을 쓸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