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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Jan 27. 2024

성공한 너드 밴드

밴드 위저weezer 이야기

  '너드'는 앞뒤 꽉 막힌 세상 물정 모르는 모범생 이미지의 사람을 뜻하는 말로써, 부정적인 뉘앙스가 많이 담겨 있는 단어이다. 자신과 같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듣게 된다면 별로 좋은 어감은 아닐 것이다. 특히 연예인이나 셀럽에게 '너드'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고, 볼 수 있다고 해도 아마 이미지 마케팅의 일환이지 않을까 싶다. 여기 마케팅인지 실제인지와는 별개로 너드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밴드가 있다. 밴드 위저(weezer)이다. 위저를 직접 보게 되면 그들의 겉모습은 정말 너드라는 타이틀이 어울릴 정도로 수수하고, 화려하지만은 않다. 공연을 하는 영상 속에도 여느 락스타처럼 각이 잡혀있거나, 몸동작이 유연하다기보다는 다소 뻣뻣한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실제로 요즘들어 위저의 멤버들은 어느덧 50대 중년으로 접어들었고, 보기 드문 롱런하는 밴드이다. 또한 위저의 리더이자 보컬, 송라이터인 리버스 쿼모는 그 이름만 들어도 어마무시한 하버드대학교 영문학과 졸업생이다. 학사 과정에서는 거의 공부로 정점을 찍었을 리버스는 스쿨밴드에서의 경험을 되살려 원래의 꿈이었던 가수이자 송라이터로서 밴드 위저를 결성해 커리어를 이어나간다.


  위저의 음악은 '너드 밴드'라는 타이틀에 다소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시끄럽고 하드한 기타 사운드 일색이다. 보컬 리버스가 원래 하려던 음악이 헤비 메탈쪽이었어서인지, 그러한 요소들을 그들의 음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음악 중간 중간에 튀어나오는 매력적인 추임새와 코러스 그리고 귀에 맴도는 기타 리프는 위저의 음악을 즐기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흥미 요소중에 하나이다. 그리고 그들이 표출하고자 하는 감정은 다 큰 성인으로써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뭔가 어리숙하고 서툴러 보인다. "나는 더이상 늙은 노인네가 되기 싫어" "차고에서 나는 안전하다고 느껴. 그곳에서는 내 방식을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나는 다른 누구에게도 웃지 않는 여자친구를 원해"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은 모두 느리고 슬퍼"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거야. 내가 너에게 증명해야할 건 없잖아" 등. 내용상으로 설득력은 다소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들을 그저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격정적인 표출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준다. 마치 이런 것들을 말해주는 듯하다. 이런 감정과 생각들도 음악으로 표현하면 기깔나고 듣기 좋은데, 이 음악을 듣는 너희 리스너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실제로 위저의 음악은 사운드는 헤비하지만 듣기에 편한 느낌이 든다. 리버스가 유명한 와패니즈(일본 문화 애호가)여서인지 우리 한국 사람이 듣기에도 서양 락음악에서 느껴지는 귀가 멍멍하거나 톡 쏘는 거부감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창조해내는 멜로디는 무해하고 귀에 거슬리지 않으며 단순한 구조이다. 따라서 다소 힘이 빠지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으나 또한 그 매력에 이상하게도 계속 찾게되는 끌림이 있다. 끝으로 위저의 히트곡 pork and beans의 한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다. 두번째 줄은 마치 위저의 음악적 지향성을 압축하여 말해놓은 듯하다. 그들의 캐치한 코러스와 비트에 맞춰 행복한 춤을 추고 싶으시다면 한번쯤 들어보길 바란다.



everyone likes to dance to a happy song

모두 행복한 노래에 맞춰 춤추길 좋아해


with a catchy chorus and beat so they can sing along

캐치한 코러스와 비트면 그들이 따라서 부를 수 있어


timbaland knows the way to reach the top of the charts

팀벌랜드는 차트의 정상에 오를 방법을 알고 있어


maybe if i work with him i can perfect the art

만약에 내가 그와 함께 일한다면 완벽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텐데


weezer - pork and be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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