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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Aug 30. 2024

[단편/각색] 라이브 에이드

Queen의 Live Aid

  밴드는 위기를 맞이한 동시에 커다란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팀내 기타를 맡고 있는 브라이언은 이런 상황을 두고 독수리가 발톱을 뽑아내야하는 상황에 비유했다. 독수리는 중년이 되면 발톱과 부리가 닳아서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때 독수리는 부리를 바위에 찧어서 뽑아내 다시 자라게 한다. 그리고 새로 생긴 부리로 발톱까지 교체한다. 


  브라이언은 이미 밴드의 보컬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적이 몇 번 있었다. 결국 보컬을 바꾸는 결정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이 거론되었다는 점에서 밴드의 쇠락까지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브라이언은 인상을 쓰며 자신의 손목을 살핀다. 시간은 아직 충분히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누굴 돕는 게 아니라 우리부터 누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데" 브라이언은 밴드의 드러머 로저에게 말했다. "빨리 짐이라도 불러야겠어" 베이스를 맡고 있는 존이 서둘러 일어나 버선발로 문밖을 향했다. 로저는 고개를 숙이고 기도라도 드리는 모양이었고, 브라이언은 다시 시계를 보며 30분 이내로 오지 않는다면 다른 밴드의 보컬이든 객원이든 누군가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때 누군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존과 함께 등장한 사람은 짐이 아니라 프레디였다. 브라이언과 로저는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우뚝 일어섰다. 브라이언은 프레디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한마디 했다. "너무 늦었어. 이제는 정말 끝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프레디는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뜻으로 모두에게 악수를 청했다. 브라이언에게는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자신이 너무 먼 길을 돌아왔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맹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은 못 믿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당장 앞둔 무대를 위해서 필요했던 단 한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존은 얼마만에 우리가 모두 모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고 했다. 로저는 늦지 않았으니 빨리 셋리스트들을 한번씩만 맞춰보자고 말했다. 프레디는 결의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들어보였다. "좋아, 라이브 에이드를 위하여"


  셋리스트를 맞추고 있는 동안 프레디는 자신의 몸상태에 대해 신경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자신이 어찌 되어도 좋으니 이 무대만큼은 끝장이 나도록 모두의 마음을 날려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웸블리를 가득 메운 관객들 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밴드 모두의 마음을 말이다. 어느 정도 셋리스트에 대한 준비가 끝나갔을 때 프레디는 결심을 했는데, 그것은 이번이 마지막이 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이었다. 사실 그 결심에 앞서 있었던 것은 바로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그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프레디의 머리를 하얗고 텅 비게 만들었다. 그리고 높은 리허설 무대에 선 다리가 조금 떨려왔다. 프레디는 그 결심을 잊지 않으려고 준비에 온전히 몰입했다. 


  브라이언과 로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프레디의 목상태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잠깐 무슨 약을 한 건 아니지?" 로저는 드럼을 치던 손을 멈추고 심벌에 손을 가져다 대면서 말했다. 브라이언은 잠깐 생각하더니 다소 심각한 표정이 되어 어깨에 맨 기타를 벗어 내리고 프레디에게 다가가 말했다. "프레디, 내가 걱정하는 건 너도 물론 있지만, 우리 밴드 모두야" 어께 옆에 손을 가져다대며 브라이언이 말했다. "지금까지 열심히 해왔으니까, 너무 무리 안해도 괜찮을거야" 프레디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브라이언을 안심시켰다. 프레디는 괜찮다는 의미로 두 팔을 번쩍 올려 힘을 주었다. 입으로만 미소 짓는 표정에서 짙은 콧수염과 덧니가 도드라져보인다. "다들 알겠지만 라이브에이드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하는 건 그들의 마음을 날려버리는 거야. 우리는 쇼를 훔치는 밴드가 될거야" 프레디의 그 말에 밴드 모두는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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