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절대 눈물을 비치지 않았고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어 나는 가끔 자존심을 부렸고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어
나는 자주 거짓말을 했고
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고 싶어 나는 항상 예민했었다
너는 나를 사랑하였다
"...ㅆㅣ발ㅋzz"
술에 잠긴 채 병든 생각을 비운다
어린 왕자가 나를 취조하기 시작했다 소년아, 나는 한때 장미였단다
나는 동화 <어린 왕자>를 정말로 좋아한다. 이상하게도 어릴 적에는 그렇게 인상 깊게 읽지 않았는데, 동화 읽을 나이를 지나고 다시 읽으니 참 좋더라. 읽을 때마다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바뀌는 놀라운 체험을 한다. 처음에는 여우와의 대화가 그토록 진실처럼 와 닿더니, 그다음으로는 해넘이에 대한 단상이 나를 하염없이 물들이고, 조종사와의 티키타카 끝에 얻어낸 '슈뢰딩거의 양(?)'이, 은행가와의 만남과 가로등지기와의 헤어짐이... 새로운 의미로 읽힌다.지금은 책의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나의 이야기'가 함께 기억난다. 내게 인생의 명작을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책이다.
그런 까닭에 나의 시에는 가끔 <어린 왕자>의 어떤 장면이 등장할 때가 있다. 이 시는 눈치챘겠지만 <어린 왕자>에서 등장한 술꾼과의 대화를 모티브로 쓴 시이다.
"뭘 하고 있어요?" - 술을 마시지. "왜 술을 마셔요?" - 잊기 위해서지. "무엇을 잊으려고 하는데요?" - 부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서야. "뭐가 부끄러운데요?" - 술 마시는 게 부끄러워!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술을 마신다는 그는 아이러니를 제대로 보여주는 캐릭터이다.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에도 다양한 역설이 존재한다. 혼자여서, 함께여서.일이 끝나서, 일이 끝나지를 않아서. 슬프기 싫어서, 슬프고 싶어서 나는 술을 마신다. 그러나 그 어느 이유로도 나의 음주는 당당하다. 나는 술자리와 술을 좋아한다. 그런 내가 '술 마시는 것을 부끄러워하며' 술을 먹는 순간이 있었던가? 생각해보았다. 있었다. 모멸감에 치를 떨며 죽이려는 듯이 내게 술을 먹였던, 그런 내가 너무 싫어서 차라리 죽기를 바랐던 날이 있었다.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겠다며 부끄러운 짓을 했던 날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데에 서툴러서, 괜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곤 한다. 이미 나를 사랑하는 당신에게 자꾸 변명하다가, 알량한 자존심을 부리다가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나를 높이기 위해 당신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자존감이 부족해서,당신이 나를 사랑하듯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 자신보다 나를 사랑해준 당신에게 나는 그 몹쓸 짓을 한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그런 나를 계속 사랑해주었는데...
다시 부끄러워 술이 마시고 싶어졌다. 글이 더 넋두리 같아지기 전에 이만 마무리 짓는 게 좋겠다. 어린 왕자는 방문한 별의 개수만큼이나 많은 이별을 경험한다. 지구에 오기 전까지, 그는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고 지친 마음으로 맴돌게 된다. 그중 가장 씁쓸한 이별은 단연 그의 고향별, 소행성 B612에서 장미와의 이별이었으리라. 떠나는 그나, 떠나보내는 장미나 그 이별의 형태에 대해 많은 후회를 하고 있을 테니까. 위의 서툰 사랑의 형태가 장미꽃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에 시를 써보았다. 술꾼이 등장하는 시답게 아이러니를 잔뜩 담고 싶었다. 술냄새 풀풀 나는 추한 어른이,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이었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에 잠긴 채 술을 비우다'가 '술에 잠긴 채 생각을 비운다'는 변주도 술꾼들의 한심한 아이러니를 재밌게 표현하는 것 같아서 내심 뿌듯해하고 있다. 제목은 <이 별에 사는 술꾼>으로 지으려다가, 유치한 언어유희보다는 역설 하나 더 담는 게 낫겠다 생각이 들어서 <술꾼의 이유>라고 지어보았다. 술꾼들 저마다 술 마시는 다양한 이유를 들이밀지만, 사실 술꾼의 이유? 그딴 거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