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비와 꽃과 시 (2)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종일 비가 내렸다.
우산에 내려앉은 젖은 꽃잎이 너무 무거워 눈물이 나올 뻔했다.
빗속에서도 개나리는 빤히 달아올랐다. 가지 끝에 간간히 초랗게 새순이 움트고 있었다.
세상에 채도를 더하는 것이 생명의 사명이라는 듯, 온 힘을 다해 만개하는 것들 앞에서 나는 무색해졌다.
나무는 비를 원망하지 않는다. 꽃에게 단단히 매달리라고 일러두고, 뿌리로는 물을 한껏 마신다. 그렇게 강해져서, 억센 소나기가 내릴 즈음에는 질긴 초록의 그늘을 만들 것이다. 그걸 알기에 꽃잎 몇 개도 기꺼이 나의 우산 위로 내려온 것이다. 나무가 그들의 유산이기에. 경외감이 들었다.
바람이 불어와 머릿결을 흩뜨리며 애수를 말렸다. 날씨가 궂어도 생명은 존재에 충실하면 된다. 그렇게 살아가면 풍경이 된다. 나도 아이의 웃음처럼 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뚜렷한 색깔로 빛나고 싶다. 그런 막연한 바람이 오랜만에 불었다.
종일 비가 내렸다. 사이 간간이 섞여있는 꽃잎의 무게를 느끼며, 나는 단단히 걷기로 했다.
(2021.03.27, 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