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열 번째 봄을 앞두고
인용구
청소년에서 한 글자 뗀다고
모두가 청년이 되는 건 아니다
앞자리 숫자가 두 배가 됐다고
꼭 그만큼 성장하는 건 아니다
스무 살, 첫 장에 적었던 문장
많은 것을 남기고, 또 넘겼지만
애석히도 나는 여전히 애새끼고
이대로 설은 어른이 되고 말는지
스물에 스스로 물었던 질문은
짝사랑의 유언처럼 뇌리에 남아있고
누구도 답해주지 않는 나의 정체를
빼곡한 일기장에선 찾을 수 있을까
20대 열 번째 봄을 앞두고
나는 내 마지막보다도
당신의 처음이 궁금하다
남모르게 멍들어갈 너의 봄
그 아픔이 아직 내겐 선명해서
너는 자라면 내가 되진 않을까
너는 잘하면 내가 되진 않겠지
25년 문뜨 오픈동방 및 첫 정모 때 들고갔던 글.
이 글을 쓰고는 자기소개 겸 새내기들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시를 썼다. 남기고-넘기고, 애석히도 - 애새끼고의 라임 맞추기나, 설은-서른, 자라면-잘하면 같은 발음을 활용한 말장난. 이런 거 한 숟갈 넣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인간이다.
마지막 연은 김애란 소설집 <비행운>에 나오는 "너는 자라 내가 되겠지, 겨우 내가 되겠지." 구절을 생각하며 오마주했다. 의도한 우연은 아니지만, 저 구절이 나오는 단편소설 제목이 <서른>이다.
새내기들 앞에 펼쳐질 20대가 너무 부럽다. 재밌겠다... 나도 한 번 더 하고 싶다. 그 푸르게 멍들어갈 청춘을 옆에서 구경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물론, 끝나지 않을 내 청춘도 언제나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