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좋아한다. 혼술도 꽤 좋아한다. 그러나 혼자 소주를 먹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 아주 맛있는 국밥이 앞에 있지 않는 이상, 혼자 마시는 소주는 궁상스럽다. 소주 쓰잖아. 솔직히 소주는 함께 잔을 맞대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는 싸구려 알코올에 불과하다. 편의점에서 팩소주를 사서 혼자 마셔본 적이 있는데, 빨대로 조금씩 넘어오는 독한 액체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정말 맛없다.
혼술을 한다면 가볍게 맥주를 할 것이다. 조금 더 호젓함을 즐기고 싶다면 양주나 칵테일을 마시겠다. 그러나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상황을 즐기기 위해 술을 곁들이는 것이지, 술에 취하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가 '취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혼술을 한다면 결국 나는 막걸리를 찾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알코올 중독이 아니기 때문에 취하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러나살다 보면 취해야만 견딜 수 있는 시간이 있나 보다. 한국 드라마나 뮤직 비디오를 보다 보면 이따금 이별을 겪은 사람이 술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소주를 마시고는, 온갖 궁상은 다 피운다. 다 머릿속에 상상되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걸 보면서 나는 속으로 계속 생각했다. '소주는 진짜 맛없는데...'
그래서. 진부하고, 묘하게 거슬리는 그 장면을 주종만 살짝 비틀어서 묘사해보고 싶었다. 이미지를 시적으로 표현해보자-라는 의도의 습작인데, 개인적으로는 '더듬이가 잘려나간 부분을 매만지며'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뒤에 등장하는 술에 빠져 죽은 수개미 (숫개미, 수캐미라고 자꾸 쓰고 싶은데 맞춤법 상 수개미가 맞다고 한다.)와 남자를 살짝 동일선 상에 놓으면서, 양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이미지에 상실의 고통이라던가,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린 막막함을 잘 표현한 것 같달까... 이렇게 혹시 해석을 해주신 분이 있다면 꽤 기쁠 것 같다.
시의 모든 요소는 고심 끝에 나오는 표현이지만, 그걸 모두 해석해버리면 또 독자의 재미를 뺏는 것 같아 여기서 글을 줄인다. 봄학기도 끝나고, 연구도 잘 풀리지 않아서 아이디어를 새로 탐색 중이다. 오늘은 혼술이나 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