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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용구 Oct 27. 2021

너 생각

좋은 사람은 아니었구나

너 생각

                        인용구

오랜만에 옛날에 즐겨 읽던 소설을 꺼냈다. 몇 장을 뒤적이다가, 다시 덮고서 깨달았다.

너는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지, 좋은 사람은 아니었구나.

물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너 생각이 문득 난 것은 결말을 아는 소설을 괜히 다시 꺼내보는 이유와 같을 것이다.




    돌이켜보니 우리는 참 유치했더라. 서투른 거라 생각했는데, 넌 그냥 그런 사람이었겠구나 싶기도 했다. 너를 내 인생의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고, 우리의 관계는 꽤 특별하다고 자부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가까웠던 것에 대한 미련도, 멀어진 것에 대한 원망도 드디어 끝났는지 마침내 너를 다시 보게 되었다. 와, 너 같은 애를 내가 좋아했네. 콩깍지를 벗고 다시 본 너는 그렇게까지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네가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다. 너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일 것이다. 단지 내가 그 누군가가 될 수 없게 된 것뿐.

    막 서글프지도 않았다. 네가 좋은 사람이든 아니든, 너를 좋아했던 것을 속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 이제 와서 네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냥 새삼, 그때 나는 너를 정말 좋아했었구나. 그것만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우리 좋았던 시절도 있었던 것이다.


    가끔 네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리워서, 돌아가고 싶어서라기보단. 좋았던 시절이니까, 잠깐 펼쳐 따뜻한 장면들을 몇 개 훑어보고는 다시 덮을 것이다. 가볍게, 그렇게 너를 읽을 수 있다면 너를 반가움으로 남겨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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