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잃음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인용구
나의 이름이 누군가에게 어떠한 의미에 이를 수 있을까?
그런 것을 바라기에는 너무 이른 걸지도 몰라,
라고 스스로 이르고는 했다.
이제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내 이름을 들었거든, 그대의 목소리로.
이제 나는 그대의 이름을 지울 수 없다.
그대가 나를 내친다고 할지라도 내게
그대의 이름은, 결코 잃음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대의 이름을 새길 때, 이름 옆에 별 하나를 붙였으니까.
별 하나에 그대 이름을 붙였으니까.
사람의 이름을 가슴에 새긴다는 건 그런 거니까.
대학교에 들어와서 얼마 되지 않아 썼던 글. 오랜만에 다시 보니 귀엽다. 한창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말장난을 즐기던 시절의 일이라, 1연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것이 티가 난다.
이르다:
1) 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2) 기준을 잡은 때보다 앞서거나 빠르다.
3) 무엇이라고 말하다.
명사 "이름"과 동사형 "이르다"의 세가지 뜻, 그리고 "잃음"까지 넣어서 우격다짐으로 지은 글처럼 보이지만, 항변하자면 당시 저 글을 쓰면서 떠올렸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도 본인 얘기라는 걸 알아서 나한테 답시를 줬던 것이 기억이 난다. 지금 글을 다시 보니 다른 사람이 떠오른다. 더 최근의, 나를 꽃처럼 불러주었던 사람. 그 사람도, 그 이전 사람도. 이름을 잊는 것은 아마 불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들을 추억하는 만큼, 그들이 나를 지금은 조금 덜 미워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