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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용구 Nov 24. 2022

고백

남김없이 너만을 사랑하고 싶다.

고백

                    인용구


"사실 너를 사랑하고 있다.

너를 사랑해도 괜찮다 말해주면

남김없이 너만을 사랑하고 싶다."


그게 다였다.

그리고 우리는 함께 노을을 바라보았다.


서로의 눈시울 같은.




    사랑 고백. 짝사랑이나 썸은, 대개 사랑의 고백으로 끝이 난다. 고백의 결과에 따라 연애가 시작될 수도 있고, 고백 이전으로 "Go back" 하고 싶은 흑역사가 새겨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흔히 고백에는 성공과 실패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고백 멘트가 있지만, 결국 그 모든 말의 요지는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귈래?"라서 그렇다.

    하지만 나는 모든 고백은 성공한 고백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엄밀히 말하면 사랑 고백은 사실 "나 너 좋아해,"가 끝이거든. "우리 사귈래?"는 제안이다. 영어로는 프러포즈(propose).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프러포즈, 나와 결혼해 줄래? 와 같이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싶다는 별개의 과정이다. 일단 고백은 나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까지가 전부이고, 그런데 그게 정말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입 밖으로 내뱉은 모든 고백은 성공한 고백이다.

    아아, 그러니까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랑 고백'은 

        1. 나의 마음을 드러내고 (나 너 좋아해) 

        2.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여 (넌 나 좋아해?) 

        3. 연애라는 관계를 시작할 것을 제안 (그럼 우리 사귈래?)

-하는 프로세스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고. 그런데 여기서 사실 지독하게 어려운 부분은, 그러니까 제일 두려운 부분은 아마 2번, 상대방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겠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고, 당신만 OK 해준다면 당장이라도 당신의 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은 간절한데. 당신의 마음을, 내가 그대를 좋아하는 만큼 그대도 나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고백을 망설이는 것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는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 거절에서 느끼게 될 '쪽팔림'이 두려운 게 아니다. 거절당하면 너를 그만 좋아해야 되잖아, 그게 두렵다. 왜 쪽팔려, 네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너를 좋아했던 마음이 분하거나 하지는 않다. 네가 나를 좋아해 줬으면 하는 기대야 있었지만, 애초에 사랑이란 게 그렇게 공평하고 대칭적인 게 아닌 것도 안다. 고백을 안 하면, 나의 사랑을 비밀로 남겨둔다면... 그냥 몰래 좋아하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서 나는 항상 고백을 미루는 편이다. 살면서 딱 한 번 해봤나? 그때도 연인이 되는 기대를 품고 한 게 아니라 그냥 비밀을 간직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했었다.

    그래서 나의 짝사랑, 나의 썸은 항상 타인에 의해서 끝나더라고. 그 대상이 다른 사람과 연애를 시작해서, 또는 상대방이 나한테 먼저 고백할 용기를 내주어서. 물론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행복한 시나리오기는 한데, 그렇게 시작한 연애는 역시 잘 안 되더라. 나는 그게, 내가 먼저 고백을 할 정도로 너를 좋아하진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말하더라고... 근데 아니야, 만약 내가 너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연애를 시작도 안 했겠지.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사랑을 받을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너의 그 큰 마음을, 나한테? 왜 나 같은 사람한테? 주는지 몰라서. 네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믿지 못해서, 나도 너에게 사랑받는다는 감정을 주지 못했다. 그게 미안하다. 돌아보면 너는 참 많이 나를 좋아했는데. 너의 마음을 믿지 못한 건 아니었다. 늘 감사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겠지만, 나도 너를 좋아했다. 진짜로. 다만 내가 너를 좋아했던 만큼, 네가 나를 좋아했던 만큼, 나는 나를 좋아하지 못했다. 너한테 사랑받을 만큼 멋진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연애도, 고백도 자기애가 있어야 하는 거다. 자신감, 용기, 이런 게 필요하다고들 얘기하는데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 거야!) 맞는 말이다. 근데 그건 거절당하더라도 쪽팔려하지 않고 '쿨'하게 돌아설 각오 따위가 아니고 (그건 그냥 무책임한 거임;) 당신에게 어울릴 만큼 내가 멋진 사람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말한다. 나 당신을 좋아할 자격이 있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게! 당신이 내게 주는 사랑 앞에 쭈그러들지 않고, 그림자 없는 마음으로 되돌려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나 같은 게 그 사람을 좋아해도 되나 맨날 고민하다가 결국 타이밍을 놓친다. 그게 너무 한심해서, 다음번에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눈 딱 감고 고백을 해보고 싶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말을 요즘 자주 흘리고 다니는데, 사실 그것보다 다음에는 꼭 고백을 해야겠다는 각오가 크다. (긴장하십시오... 고백으로 혼내준다...)

    왜냐하면 나 그렇게 안 하면 평생 연애는 못할 것 같아서. 혹시 또 누가 나를 좋아해 줘도 그 사람을 지치게만 할 것 같아서. 다음 연애는 내가 내 전부를 걸고 사랑하겠다는 선언을, 고백을 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해보고 싶다. 물론 고백이 실패할 수도 있지, 까이더라도 그것대로 후련할 것 같다. 아무튼. 연애하고 싶다.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욕망은 없고, 다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주고 싶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 확인해보고 싶다. 네가 나를 조금 덜 사랑해도 괜찮다, 내가 너를 온 맘 다해 사랑할 테니 그걸 허락해주면 좋겠다. 그게 전부다. 


    시의 첫 연은 그래서 내가 고르고 고른 고백 멘트다. 진짜 고백만, 제대로 하고 싶다. 대답이 없어도 좋을 만큼, 혹여 연애를 시작하는데 실패하더라도 고백만큼은 성공이라 느낄 만큼. 말하는 나도, 듣는 이도 눈시울이 노을처럼 붉어지도록 무겁고 진지한 마음으로 사랑을 고백해보고 싶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무나 골라 고백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긴장 푸십시오...) 사랑이 노력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인연이든 천운이든 내 앞에 진짜 '이 사람이다' 싶은 사람이 인생에 나타났을 때, 나의 상대적인 초라함에 망설이다가 바보처럼 눈앞에서 놓치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후회 없도록 간절하게 마음을 얻어내야지. 그 사람에게 매력적인 사람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스스로를 가꾸는 것도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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