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뜨에 들고 갔더니 형님 연애 하십니까/하셨습니까 라는 피드백이 왔던... 화자와 작가를 분리해서 읽어주십시오. Not based on true story. 나의 전 연인들은 내게 집착하는 편은 아니었다. 내가 연락을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 섭섭해하긴 했는데, 그건 유죄 인정하겠습니다.
시작(詩作)의 동기는 이렇다. "무슨 변명이라도 해보라는 너의 질책에도 나는 입을 열지 않았다. 묵비권은 피의자의 권리이므로."라는 갑자기 떠오른 표현이 왠지 느낌이 좋아서, 다그치는 너와 지쳐버린 나 - 이 장면을 시로 옮겨보려고 했다. 묵비권 같은 법률 용어들이 더 들어가면 재밌겠다 싶어서 펜 가는 대로 써보았더니 이런 글이 나왔다. 이미 한 번 이별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는 암시의 "오늘은 이별을 선고합니까 / 또다시 집행유예로 그치십니까" 부분도 좋고, "너의 법정에서는 모든 사건이 형사다"라는 도입도 마음에 든다. (민사 사건은 둘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는 것이 목표인 반면, 형사는 일방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나뉜다.) 언어유희도 낭낭하게 넣었다. 검사(Inspection / Prosecutor)의 중의적인 표현이라던가, 피고인은/피 고이는 부분 같은 거. 집착/천착은 말장난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한데, 천착의 세 가지 뜻을 모두 넣어도 말이 된다는 점에서 꽤 기분이 좋았다.
천착(穿鑿)
다만 1연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아무래도 "알리바이"라던가 "휴대폰" 같은 영어 단어에서 비롯된 어휘를 쓰는 게 어감이나 분위기를 조금 해친다는 생각이 들고. 사실 행갈이를 했다 뿐이지 줄글 문장인 데다 구조나 사용 어휘가 다소 시적이진 않다. 실제로도 이 부분에 대한 코멘트가 있어서 글을 올릴 때 퇴고를 하며 1연만 산문시처럼 풀어봤는데, 두 번째 문장이 너무 길더라. 쉼표를 어디에 넣어도 호흡이 너무 애매했다. 그래서 그냥 아쉽지만 이대로 두기로 함. 2행과 4행, 3행과 5행의 비슷한 구조가 그래도 오히려 행갈이를 함으로써 좀 더 드러나는 것도 같아서.
(대충 문학의 뜨락 가면 이런 식의 합평/작변 코멘트가 이뤄진다.)
이제 봄학기 종강을 2주 앞두고, 시험기간을 빼면 이번 학기 문학의 뜨락의 마지막 정모라고 해서 다소 급하게 시를 한번 지어봤는데, 내 스타일대로 쓴 것 같긴 한데 내 얘기는 아니어서 좀 아쉬운 글이다. 그래도 오늘 시를 쓰면서 한 문장을 건진 것 같아서, 그거로 만족한다.
나에게는 오직 나만이 해결해 줄 수 있는 외로움이 있다.
연애를 할 때에도 나는 이따금 외로웠다. 그 외로움의 성질은 고독함의 그것과 닮아서,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해결되지 않았다. 우리는, 아니 각자는.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서 너를 만나는 시간이 존중받기를 원한다면, 나를 만나는 시간도 이해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