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5. 넷플릭스. 요즘 내 힐링물 <당신의 맛>
이야기를 마주하면 나는 두 가지 잣대를 가지고 본다. 하나는 이 이야기가 참신한가. 이 기준은 사실 너무 높기도 하고, 세상에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어 더 이상 참신한 것이 나오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이 잣대로 이야기들을 바라볼 때는 유난히 더 까탈스럽다. 두 번째는 이 이야기가 공식대로 잘 만들어졌는가. 참신하지 않아도 된다. 이야기에는 어느 정도 공식이 있다. 그 얼개에 맞게 잘 만들어졌는가가 큰 기준이 되는 것이다. 이 얼개에 맞는 설득력을 지녔는가? 캐릭터가 갑자기 설정에 맞지 않게 튀지는 않는가? 이야기 개연성이 충분한가? 이 이야기에 잘 맞는 촬영과 미장센이 있는가? 이 중 하나만 만족시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의 두 달에 한 번씩 방송사들마다 새로운 드라마를 쏟아내는 것을 거의 다 모니터링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질리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많은 드라마들을 옆에 켜둔 채로 일한다. 이야기를 듣다 흥미로우면 한 번씩 본다. (그렇게 보지 않으면 모든 걸 모니터링할 수 없다.)
요즘 내가 은근히 계속 쳐다보게 되는 드라마는 바로 <당신의 맛>이다. 1화만 봐도 어떤 이야기일지 전부 각이 나온다. 근데도 보게 된다. 일단 공식에 잘 맞는 이야기이다. 뻔한 공식을 충실하게 이행한다. 이게 쉬워 보여도 은근히 어려운 일이다. 자칫하면 대사들이 작위적이거나 거슬리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그것만으로는 드라마가 매력적으로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슴슴한 드라마를 매력적으로 만들까?
내게 있어 그것은 바로 반듯함이다. 음식 드라마들이 갖춰야 하는 반듯함이 있다. 음식은 정직해야 하고, 좋은 재료를 찾아내려고 하는 장인의 집요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정성을 다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그 음식을 직접 먹어보지 못한 우리에게 눈으로 음식을 맛보게 하는 핵심 공식이다. 이 룰을 잘 지킨다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반듯하다. 꼬장꼬장한 주인장으로 나온 고민시 배우는 월세를 못 내도 음식 재료를 타협하지 않는다. 고춧가루 하나에 빽 소리를 지르고 방 안에서 떼굴거리며 운다. 이런 단순함, 이런 정직함이 편안하다. 돈돈돈 하는 세상에서 이런 이야기 하나가 숨통을 트이게 한다. 그리고 음식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주는 온기가 있지 않은가. 보고 있자니 따뜻한 국물이 있는 한식을 먹은 듯 부대낌이 없이 편안하다.
이에 맛을 더하는 것은 바로 배우들이다. 다들 한가닥 하는 배우들이 나와 연기를 하니 캐릭터가 더 산다. 고춧가루를 사기 위해 눈알을 뒤집는 고민시 배우나, 돈이면 뭐든 할 것처럼 능글거리다 고민시에게 점점 스며드는 강하늘 배우나, 주방 보조로 일하다 셰프를 꿈꾸는 김신록 배우나, 허세를 부리지만 사실은 자격지심이 있는 국밥집 아들 유수빈 배우나 다들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그냥 사람 사는 이야기 같다.
고자극의 도파민 파티 드라마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슴슴한 드라마를 보는 맛이 있는 것 같다. 요즘 다른 드라마나 예능을 보는 것보다 이 드라마를 볼 때 좀 더 쉬는 느낌이 난다. 편하게 볼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