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쿠팡플레이 구매. 상반기 내가 꼽은 최고의 영화 <콘클라베>
'저는 냉담자이지만 올해 본 영화 중에서는 콘클라베가 가장 좋았어요'
연초부터 여러 사람에게 <콘클라베>를 추천받았지만, 이 말보다 이 영화를 더 궁금하게 만든 코멘트는 없었다. 꼭 봐야겠다 생각했지만, 미루다 미루다 5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쿠팡플레이로 영화를 대여했다. 그리고는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보았다. 워낙 미디어를 많이 보는 직업이다 보니 외려 영화나 시리즈를 보는 데에 집중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인 나는 콘클라베를 보는 와중에도 멈추고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몇 번 대사를 놓쳐 되감아 보았다. "콘클라베"라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비종교인이라 초반에는 영화에 진입하기가 어려웠지만, 후반에 가서는 육성으로 "와!"하고 탄성을 지르게 한 장면들이 여럿 있었고, 대사 한 줄 한 줄 마음에 깊게 와닿은 구절들도 있었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환경에서 봤지만, 그래서 대신 대여한 일주일 동안 세 번 영화를 보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이야기와 화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 보았다면, 연거푸 영화를 되돌아보며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 그리고 보지 못했던 숨겨진 부분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를 이르는 말이며,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 추기경들이 모인 채 문을 잠그고 속세와 차단된 채 진행된다. 콘클라베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추기경들은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하다 반납한다. 1481년 세워진 건물에 추기경들이 오랜 관습의 예복을 입고 스마트폰을 하고 현대식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마침내 600년이 된 오래된 건물에 걸쇠를 걸어 잠그니 이 시점이 현재인지 과거인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의복도, 예법도, 성당도 전부 다 옛날의 것, 엄격한 규칙과 대칭 구조로 만들어진 건물 안에서 높은 천장과 벽화가 그려진 실내는 숭고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그렇게 시작되는 교황 선출의 과정은 그렇게 숭고하지만은 않다. 외려 정치적이고, 이해타산적이며 간계하기도 하다. 높디높은 천장 아래 사람들이 진영을 갈라 논쟁하는 장면들은 오히려 그 숭고미와 대비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정치적인 이야기들은 오히려 이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든다. 단지 이 추기경이 인품이 좋아서, 더 신실해서가 아니라 어떤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 어떤 진영의 우세를 반대하기 위해 얽히고 섥힌 관계들이 결국 이 이야기가 인간의 이야기라는 사실에 종교와 상관없이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콘클라베를 주관하는 단장 로렌스의 고뇌는 이런 인간적인 이야기에 더 힘을 싣는다. 관리자로서의 자리를 내려놓고 싶었던 로렌스의 사임 요청을 생전에 거절한 교황이 돌연 서거하고 로렌스는 자신의 의무에 따라 콘클라베를 진행하지만 동시에 내면은 고통스럽다. 그런 고통들이 절제된 배경에서 사소하게 터져 나올 때 - 이를테면 교황 후보자의 자격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몬시뇰에게 지시를 내리고 난 후 홀로 남았을 때 모자를 거칠게 팽개친다던가 - 우리는 그의 내면이 흔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콘클라베의 모든 과정이 어쩌면 로렌스에게 내려진 신의 시험 같다. 그리고 동시에 조용히 그림자 역할을 하는 수녀들의 장면들은 교회가 진보해 왔지만 여전히 어떤 부분에서는 나아지지 않고 있음을 지긋한 저음으로 이야기 내내 깔아 둔다.
이제부터 내게 가장 놀라웠던 장면 몇 개와 내가 받아 적은 대사 몇 줄을 기록하고자 한다. 만약 스포를 절대 보고 싶지 않은 분들은 여기서 뒤로 가기를 누르면 되겠다.
내가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 3
1. 로렌스가 자신의 투표용지를 들고 선서를 한 후 투표용지를 넣으려고 한 순간 폭탄이 터지고 창문이 깨지는 장면. 잔잔하게 공중에 깔려 있던 수백 년의 뽀얀 성당의 먼지가 한순간 빛이 새어 나오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콘클라베가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 환경인가가 빛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여전히 세간에는 폭탄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고 있다.
2. 갈등이 고조되고 마침내 어둑한 대강당에 모두 모여 토론을 하다 마침내 테데스코 추기경의 입에서 걸러지지 않은 뾰족한 말들이 터져 나온다. 이에 맞서는 벨리니 추기경. 그리고 웅성이는 좌중을 잠재우는 나직하고 반듯한 베니테스 추기경의 한마디. "전쟁에 대해 아십니까?" 그의 말을 들은 후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모두와 그 침묵 속에 베니테스 - 로렌스, 테데스코 - 벨리니가 그리는 십자가 구도의 화면.
3. 전 교황이 살아생전 돌봤던 거북이가 성당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로렌스가 이를 주워 올려 다시 수로에 넣어주는 장면에서 로렌스의 그림자가 잘 보이지 않는, 독특한 단차의 모서리에 로렌스가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그가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연출에 소름이 돋았다. 콘클라베를 진행하며 신의 시험에 들었던 로렌스가 마침내 깨달음을 얻고 시험에 통과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잘 몰랐지만 여러 번 보고 이해한 장면
어떻게 똑같이 종이를 태우는데 교황 선출이 되지 않았을 때는 검은 연기가 나오고 교황이 선출되었을 때에는 흰 연기가 났을까? - 부결이 되었을 때에는 검은 연기 색소를 함께 태우고, 가결되었을 때에는 흰 색소와 함께 태운다.
기억하고 싶은 대사(원문)
... there is one sin that I come to fear above all others. "Certainty." Certainty is a great enemy of unity. Certainty is a deadly enemy of tolerance. Even the Crist was uncertain at the end. Our faith is a living thing precisely because it walks in hand in hand with doubt. If there's only certainty and no doubt, there would be no mystery, and therefore no need for faith. Let us pray the god will grant us a Pope who doubts, let him grant a Pope who sins, and asks for forgiveness and who carri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