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용돈을 받을 수 있는 손기술
커피를 즐기는 아내를 위해 한 주에 한 번 토요일 아침에 커피머신 추출기 청소를 합니다.
사실 전 그다지 커피를 즐기지 않습니다.
제가 자주 마시는 건 돼지감자나 겨우살이를 우려낸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커피를 아예 안 마시는 건 아니고 가끔 마실 때는 디카페인을 고릅니다.
몇 해 전부터 깊은 잠을 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깨곤 해서 디카페인으로 바꾸었죠.
아내도 커피를 많이 마시지는 않지만 가만히 지켜보면 향과 맛을 음미하는 듯 조금씩 홀짝이는 것이 꽤나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아내를 위해 매주 한 번은 추출기 청소를 하고 매분기에는 완전분해해서 숨겨진 커피의 잔여물을 깨끗이 청소합니다.
약 10여 년 전쯤일 겁니다. 처음으로 완전분해를 했을 때의 충격이 잊히질 않습니다.
습기 찬 곳에 기름진 커피 잔여물이 허연 곰팡이 꽃을 피우고 있었고, 튜브에 물 때가 가득이고, 물통에는 녹조가 낀 것 마냥 푸르스름했으니까요.
그걸 본 아내는 기겁을 했고 그 이후로는 날짜를 세어가며 완전분해를 해서 깔끔히 세척을 했습니다.
물론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았지만 알아듣지도 못할 엔지니어의 독일말인지 포르투갈말인지를 들으면서 말이죠. 얼추 두어 시간 땀 좀 흘렸고 게다가 요상하게 생긴 드라이버, L렌치 등을 산다고 푼돈도 나갔죠.
아내는 흡족해하며 제게 쌈짓돈 오만 원을 용돈으로 주며 다음에도 잘 부탁한다고 했죠.
그날 저녁엔 특별용돈을 받은 기분으로 동네에 나가 외식을 했습니다.
언젠가 토요일 새벽에 라이딩을 다녀온 후 아내가 투정을 하더군요.
오늘 커피머신 청소 안 했냐며 단번에 알아냈습니다.
추출기 청소를 한 후 내린 커피는 맛과 향이 다르다며 어서 청소하라고 합니다.
이거 참! 자칫하다간 매일 해야 할 수도 있겠다 싶어 서둘러 빡빡 소리 날 정도로 깨끗이 청소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손기술을 쓸 수 있는 잔재주가 있으니 늙어도 찬밥 신세는 아닐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