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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세상에서 둥글게 살기

내가 너일 수 없는 것

by 벼꽃농부

한 번쯤 다른 사람의 삶을 따라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곳에는 우리가 잘 아는 다섯 도형 네모, 세모, 마름모, 별, 그리고 오각형이 살아가고 있었다. 저마다 뚜렷한 선과 각, 개성 있는 외형과 성격으로 채워진 이 도형들은 늘 부딪히며 살아갔다. 누구는 너무 모났고, 누구는 너무 날카로웠고, 또 누구는 너무 눈에 띄었다.


처음엔 그들 스스로도 자기만의 개성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살아가면서 그 개성들이 때로는 오히려 부담이 된다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세모는 무엇이든 빨리 결정짓고 싶어 했다. "이 길이다!" 싶으면 곧장 달려가곤 했다. 하지만 그 성급함이 때로는 큰 실수로 이어졌고, 세모는 자주 상처를 입었다.

네모는 정직하고 곧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융통성이 부족해 가끔은 주변과 마찰이 생겼다.


마름모는 중심을 지키려 애쓰면서도 스스로가 불균형하다는 자각에 늘 흔들렸다.


별은 빛나고 싶었고, 주목받고 싶었지만 그 뾰족한 끝들이 남을 찌르게 되었다.


오각형은 다섯 방향의 생각을 모두 고려하다가도 쉽게 분열되고 갈등에 빠졌다.


그때, 그들 사이에 동그라미가 있었다.

동그라미는 매끄럽고, 부드럽고, 어디에도 걸리지 않았다. 아무리 복잡한 상황 속에서도 그는 곧고 평화롭게 굴러갔다. 세모가 소리를 높여도, 네모가 고집을 부려도, 별이 지나치게 나서도, 오각형이 갈팡질팡해도, 동그라미는 차분히 듣고, 한 걸음 물러나며 상황을 조율했다.


“넌 왜 그렇게 항상 평온할 수 있는 거야?” 세모가 물었다.

“너처럼 매사에 참는 건 나 같으면 미쳐버릴 거야.” 별이 말했다.

“내가 너라면, 분명 네모의 그 고집에 폭발했을 거야.” 오각형이 중얼거렸다.


도형들은 점점 동그라미를 동경하기 시작했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저렇게 굴러가면 세상살이가 훨씬 편하지 않을까?’

그래서 하나둘씩 동그라미처럼 살아보려 애썼다.


세모는 날카로운 각을 둥글게 깎아보려 했고, 네모는 모서리를 감추려 했다.
마름모는 균형 대신 둥근 조화를 추구했고, 별은 빛을 조금 감추고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각형은 다섯 방향 중 가장 원에 가까운 방향을 향해 서서히 걸어갔다.


처음엔 그럴듯했다.
도형들 사이에 충돌이 줄었고, 평화로움이 감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세모는 자신을 참다 참다 결국 분노했고, 네모는 기준 없는 세상에 혼란을 느꼈다.
마름모는 중간도, 중심도 아닌 어디쯤에서 길을 잃었고, 별은 빛나지 못해 우울해졌다.
오각형은 하나로 뭉치려다 다섯 갈래의 생각이 뒤엉켜 자기 자신과 싸우게 되었다.


결국, 도형들은 깨달았다.

“우리는 동그라미가 될 수 없다.”

동경했지만, 그들과 동그라미는 태생이 달랐던 것이다.
동그라미는 본래부터 그렇게 굴러가게 만들어졌고, 그들의 각은 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억지로 동그라미처럼 굴러보려 했지만, 모난 성격은 숨길 수 없었고, 감추려 해도 본성이 드러났다.


그러자 도형들은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동그라미가 될 수 없다면, 각자의 모양을 인정한 채 협동할 수는 없을까?”

세모는 빠른 결단력을 살려 방향을 제시했고,
네모는 그 방향을 구조화하여 안정된 틀을 만들었다.
마름모는 중심을 잡아 균형을 이루었고,
별은 그 틀을 빛나게 꾸며 모두의 사기를 북돋았다.
오각형은 각각의 목소리를 조율하며 전체를 아우르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동그라미는 여전히 부드럽게 굴러가며 모든 도형들이 원활히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왔다.


도형들은 마침내 깨달았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다름이 있었기에 하나의 멋진 구조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부드럽고 둥글게 살아가며 주변을 배려하고,
누군가는 날카롭고 빠르게 결단하며 길을 만들어간다.
어떤 이는 눈에 띄는 재능으로 빛나고,
또 어떤 이는 묵묵히 중심을 지키며 전체를 이끈다.




모두가 똑같을 필요는 없다.
모두가 동그라미가 될 수도, 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인정하고, 각자의 개성을 조화롭게 엮어가는 것.
그것이 진정한 협력이며, 공존이며, 사람 사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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