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새를 만난 적 없는 새에게
육호수,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
육호수, 『나는 오늘 혼자 바다에 갈 수 있어요』
매일 같이 올리던 글을 올리다가 말았던 이유가 위에 적혀 있습니다. 같은 시집만을 반복해서 읽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시를 쓸 때면 꼭 한 글자 정도 틀리게 적곤 합니다. 낯설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젠 외울 정도가 되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시는 낯설기만 합니다. 읽다가 자주 주저하기도, 주저앉기도 합니다. 당신도 그랬을까요. 단순히 읽기만 하는 독자가 아니라 쓰기도 하는 독자의 장점은 잘 쓴 문장이 나올 때까지 필요했던 시간, 망설임, 경험, 고통 등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 장점을 이 시집에서 저는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건 아마 당신이 단순히 '잘 쓰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오히려 잘 쓰는 것을 재능이 아니라 저주처럼 느끼며 글을 시를 쓰는 듯합니다. 잘 쓴 문장에서 한 두 걸음 정도 당신의 안으로 혹은 마음의 바깥으로 걸어나갑니다. 시를 읽다 보니 요즘은 단순히 재주로만 쓴 시와 온몸으로 써 내려간 흔적이 보이는 시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합니다. 전자는 현란하고 아름답지만 공허하고 후자는 서툴고 어눌하지만 울림이 있습니다. 당신은 온몸으로 쓰는 사람입니다. 오늘 보여드리는 1부에서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1부에서 3부로 갈수록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나는 방을 감추는 사람입니다」는 당신의 시집 속 첫 시입니다. 일전의 글에서도 썼다시피, 저는 이 시를 읽고 이 시집을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먼저 나오는 첫 행 "문 앞에서 자꾸 죽지 마"의 대상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무엇일까. 시일까. 모티프일까. 혹은 누군가일까. 모르겠습니다. 이후의 시에서도 그렇지만 제가 느낀 당신의 시집의 매력은 대상이 명확하게 잡히지 않아서 오히려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달라지 데 있었습니다.
대상은 설령 없을지라도 당신이 내뱉는 "오지 않을 수 있다"라는 말은 독자들을 울컥하게 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더 나빠져야지 내일은/조금도 비켜 가지 말아야지"라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김언 시인이 추천사에서 말씀하셨듯 마치 아이가 잘못을 혼낼 때 일부러 더 나빠지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또한 그 화자는 "외면한 무엇에 대해서는 외면했기 때문에 무엇도 쓸 수 없"(「비둘기 미신」)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쓰는 동안 어떤 것도 외면하지 못합니다. 그게 당신은 "두렵고 자랑스러운 날들"이었을까요. 나는 아직까지 두렵기만 합니다. 그래서 이어서 "내가 이렇게 작고 사랑스러운 개에게 쫓겼구나"와 "어디로 자꾸 사라지는 거니 문 앞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는 읽을 때마다 매번 내가 이 시집을 너무 주관적으로 읽고 있나 의심할 정도로 감동을 하는 구절입니다. 그러나 아직 익숙해지려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과 같은 문장을 챙겨 다음 장으로 넘깁니다. "내가 깬 유리병을 대신 치우는 사람에게 용서를 빌 뻔했다." 이 문장이 다음 시 「미아」로 이어집니다. 이 시는 잘못을 저지르는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말라가는 지렁이 앞에서 빛에서 온 축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래서 당신은 "이렇게 좋은 날 누군가 나의 처벌에 정성을 들이고 있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잠이 들어 "호랑거미의 통통한 배에 플라스틱 총알을 쏘았던"경험이나 "어항에 고춧가루를 쏟아버리고 울었던" 경험들이 이어집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 잘못을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앞선 시에서 가져왔던 문장에서 우리는 이를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유년을 다루는 시를 쓰면 자기 연민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문장입니다. "기도를 했다 두 손 대신 용서하고 싶은 사람의 뒷모습을 모았다"와 이어지는 "넘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큰다는데 뒷모습은 잘 자란다"는 기도와 용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시는 어떤 메세지 보다는 이미지 단위로 읽어야 함을 모든 행들이 증명합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은 있어도 그려지지 않는 문장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무언가를 사유하게 합니다. 글이 적는 동안 날이 바뀌었습니다. 내일은 좀 더 새롭게 읽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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