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 다녀왔습니다

일상의 기록. 문우께 문우가.

by 변민욱
실은, 너를 만나는 일이 재난인 줄 알고 만난다. 그리고 그 재난이 어떤 종류의 반복인 사실도 환하게 안다. 정작 내가 모르는 것은, 그 재난을 회피할 정도로 내가 내게 행복을 허락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김영민, 『동무론』,최측의 농간, 2018, p18)


나와 당신이 각각 글과 음악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이 아닐까. 당신과 나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났다.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린 한 대회에서. 그리고 비슷하게 꿈을 나눠가졌다. 당신은 대학과 대학원을 거쳐서 국제기구로 가겠다고 했으며 나는 국제기구는 분쟁 사이에서 너무 무력한 것 같다며 외교관이 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끊임없이 서로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사회적 이슈에는 함께 분노하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에 입학했고 군대를 다녀와 보니 당신은 음악을 꾸준히 하고 있고 나는 어쩌다 보니 글을 쓰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당신의 두 번째 공연에 가고 있었다.


"무너질 듯 이어갑니다. 그저 아무 말도 하지 않고요. 내게 아무 맘도 주지 마세요. 언젠간 떠나니까요.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그 사람 해줬던 위로처럼 가장 소중한 사람을 만나 그렇게 살 수가 있을까. 이곳엔 잠시 동안 온 거 에요. 그저 오늘 미움 주지 않는 걸로 괜찮아요."

"나는 커다랗게 자라나다가 나를 괴롭히던 많은 것들이 고작 나라는 걸 알아냈을 때 갑자기 슬퍼집니다"
(신하늘의 「결」中)


첫 무대는 당신의 달라진 모습에 적응하는데 다 써버렸다. 그러다 정신을 차린 것은 담담한 어조로 부른 「결」이라는 노래에서다. 요즘 최선을 다해 쓰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많아지다 보니, 예술의 영역에서 행위자가 '온 힘을 다한다'거나 '최선을 다하는' 태도는 당연해서 진부하게 들릴 정도다. 그래서 혹자들은 말한다.

"잘해야 한다"라고. 그러나 진심을 결여한 뛰어남은 사람들의 마음에 닿지 못하며, 뛰어남이 결여된 진심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기회가 적다. 이 둘 사이에서의 치열한 방황 끝에 새어 나오는 것이 음악이 아닐까.


당신의 노래를 듣다가 떠오른 생각이다. 위와 같은 가사 앞에서 나는 겸허해진다. 나는 잘 읽지 못하고 잘 쓰지 못해서 항상 기댈 곳을 찾는다. 이전에 치열한 고민 없이 인용한 서양 철학자의 관념적인 문구들이 버팀목이었다. 그러나 당신은 어디에도 기대지 않는다. 다만 아무 말도 없이 "무너질 듯 이어"갈 뿐이다. 이어서 당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커다랗게 자라나다가 나를 괴롭히던 많은 것들이 고작 나라는 걸" 깨달았다고 숨결이 고백한다. 김소연 선생님의 시 「편향 나무」의 마지막 구절이 떠올랐다.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에게 가장 거대한 흉터라는 걸 알아챈다면 진짜로 미칠 수 있겠니"라는 구절이다.


당신은 슬픔이나 고통을 구구절절 노래하지 않는다. 다만 이어나가며 다음과 같이 관객들에게 말할 뿐이다. "아프다면 아프다고 말해 슬프다면 슬프다고 말해 사랑하면 사랑한다" 말하라고 이야기한다. (신하늘의「신하늘」中) 앞으로 그래야겠다. 현란한 수사나 수사학적인 비평문을 끌어다 쓰지 않고 써 내려가야겠다. 당신을 응원하러 갔다가 되려 응원을 받고 온 기분이었다. 이 글을 쓰며 당신의 가사를 한 번 더 봤다. 주말 동안 여러 문장을 생각하고 이 글을 위해서도 많은 문장을 떠올렸지만 위에서 쓴 결의 첫 두 마디를 나는 어떤 문장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신하늘' 다운 서정적이면서도 울림이 있는 노래를 많이 만들어 주시길 문우(文友)로서 부탁드린다.





필사1.jpg 최근에 보여드린 부족함 많은 제 시를 써주었다! 감사합니다

끝으로, 여기를 방문해 주시는 문우 분들께도 제가 최근에 '믿고 보고 있는' 출판사를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믿고 보는 작가'님은 있었지만 출판사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최측의 농간'이라는 출판사를 아침달 북스토어를 통해서 만나게 되어 말씀드립니다. 절판되었던 '전설의 책(?)'들을 많이 복간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차근차근 한국문학의 고전들을 섭렵해나가고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은 시 잇기] 차가운 해가 뜨거운 발을 굴릴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