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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이 흐른다

여름의 비가(悲歌) 내린다

by 변민욱

땀이 흐른다. 매해마다 더위가 유달리 일찍 찾아온다고 생각하곤 한다. 더위는 누구에게도 각별하게 표독스럽지도 친절하지도 않다. 다만 무더위라고 부르며 우리가 괴로워하고 있을 뿐이다. 더위는 매년 찾아오면서도 성글지 않다.


한 겹 한 겹 벗을 수 있는 것들을 벗을 때. 붉어진 볼 위로 땀이 흐른다. 불쾌하면서도 불가피한 것, 자의도 타의도 아닌 것. 걸음을 느리게 하더라도 더 빨리해도 끊임없이 흐르는. 바람이 불면 어느샌가 사라져 버리는,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유지하고자 흐르는.






더위에 잠을 설치다 책이라도 읽으려 벽에 몸을 기댄다. 마른 땀을 사이에 두고 몸과 벽이 연결되며 체온을 나누고 나눈다. 내 방은 변온동물일까, 정온동물일까. 생각을 곱씹으며 방에서 나온다. 걷는다.학교 앞에서 공사하는 장면을 바라본다. 오래된 건물들이 하나둘씩 헐리고 있다.


그들은 쓰러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무너지고 있는 걸까······?


내가 무너지는 건물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소리를 내며 부스스 먼지가 일어나 나를 마주 본다. 소리에 놀라서 반발짝 뒤로 물러선다. 이내 먼지가 내려앉자 나는 먼지를 등지고 걷는다. 그러나 물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다. 공사장 인부들이 땀을 흘리면서 먼지 위로 물을 뿌리고 있다.






무너지는 시간과 기억 위로는 물이 흐른다.


쓰러지는 것은 아직 땀을 흘리지만 무너지는 것들은 제 스스로 땀을 흘리지 못한다.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더위에 지친 구름의 겨드랑이에

3년, 5년, 7년, 13년 짝수를 살지 못하는 매미들의 울음소리에

매일 같은 곳에서 과일 장사를 하시는 할아버지의 이마에


그렇게 여름날 걸으면서 모호한 물음을 던지면 확실한 대답인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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