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너와 나는 나란히 사랑에 관한 글을 썼다
책장 속 책이 조금씩 기울어져 갔다. 땀이 흐르듯, 서서히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쓰러져가고 있다. 나는 쓰러져가는 책을 보고 있다. 땀자국을 보고 있다. 그때 너는 시간의 흐름을 본다. 어느 순간을 지나면 시간은 이전보다 빠르게 흐른다. 툭. 균형을 잃고 책이 한 두 권씩 흘러내린다. 후두득. 떨어지기 전에 너를 잡는다. 네가 나에게 닿았던 부분이 조금 아렸다. 아리다. 그 두 단어 사이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너는 나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서는 안 된다.
자꾸만 나의 이름을 노래하다간
이내 당신의 이름이 사라지리라.
땀은 시간을 차마 베지 못하고 배고 있었다. 이전에 내가 찍어놓은 땀의 옛 나이테가 나를 이끈다. 위로 오늘의 땀이 한 방울. '툭' 하고 떨어진다. 어제의 땀의 꿈자리를. 오늘의 땀이 적시자 종이가 조금 울었다. 땀이 스며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조금씩 벌어지며. 어렵사리. 당신은 손에 땀이 참 많이 있습니다. 나는 습관처럼 얼른 책장을 넘긴다.
그래서 당신은 그렇게 쉬이 책장을 넘겨 버립니까
뒤돌아 보지도 않고서 그렇게
유년시절 생겼던 흉터처럼. 땀자국이 책에 굳어있었다. 툭. 당신은 다 걷고 나서야 발자국을 뒤돌아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책을 좋아했다고. 사실 아직도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 추억을 땀이 흘리고 있다. 흘렸지만 흐르지 않는. 않을. 그렇게 너와 나는 나란히 누워 사랑에 관한 글을 썼다고.
그렇게 자국이 남습니다.
어떤 자국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땀은 그렇게 눈에서 눈으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