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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

그러나 땀에게는 로프가 없었고

by 변민욱

살면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요. 그러나 땀은 매번 떨어지면서도 침묵했습니다. 그 침묵은 무엇을 향한 환호성이었을까요. 흘린 땀만이 삶의 증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이 떨어지며 떠오릅니다. 땀이 삶을 살아가는 증거가 될 수는 있어도, 삶의 증명이 될 수는 없었습니다.


떠나왔습니까······. 떠나버렸습니까······.


수천번 만났지만 처음 보는 사람처럼 땀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있습니까. 서서히 제 얼굴이 되어가고. 줄 하나에 매달린 채로 채로 머리도 다리도 없이 흘러내려갑니다.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서 떨어지지 않고 잠시 주춤거립니다. 계속해서 대답만 하다가 질문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아이가 입을 열듯.


가벼워져야지······. 살아가야지······. 두 단어에서는 같은 냄새가 납니까?


여행을 떠나왔기에 목적지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똑같은 종이 위에서 그 어느 하나도 그것을 만들어주지 못했고. 그는 난간에 기대어 남은 피를 서서히 정수리 끝으로 쏠리게 합니다. 몸이 가늘어지며 머리가 점점 자라납니다. 자라납니까. 그는 사라짐으로써만 존재했습니다. 가벼워져야지······. 사라져야지······. 이목구비가 점점 멀어져 갑니다. 당신은 매번 사라지며 서늘하게 풍겨왔습니다.


당신은 왜 높은 곳에서 공포를 느낍니까.

떨어지는 것은 또 다른 유혹입니까


끝이라는 유혹이 당신을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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