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시골집에 갔는데 멍멍이가 강아지 3마리를 낳았다.
이번 주 내내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가 이어졌는데,
그런 날들 속에서 새끼를 낳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부모님은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계셨다.
늘 아침저녁으로 멍멍이 밥을 챙기는 아빠는
그저 하루 정도 밥을 먹으러 나오지 않는다고만 생각하셨다.
새끼를 낳았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하셨다.
눈이 안 좋으신 아빠는
멍멍이 집 안쪽까지 자세히 살피지 못하셨고,
엄마도 다리와 허리가 아프셔서
굳이 밖에 나가 멍멍이를 확인하러 가시지 않으셨다.
그런 상황 속에서
멍멍이는 아무도 모르게,
이 혹독한 추위 속에서 혼자 새끼를 낳아낸 것이다.
오늘 언니가 와서 그 사실을 발견했고
부모님은 정말 미안해하셨다.
강추위 속 멍멍이 집은 허술했고
짚도 충분히 깔아주지 못했으며
밥도 더 챙겨주지 못했는데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는 사실이
아빠 마음에 크게 남았던 것 같다.
“우리가 몰랐구나…”
그 미안함이 오래도록 얼굴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도 새끼들은 꼬물꼬물 살아 있었다.
작고 따뜻한 생명들이 서로 몸을 붙이고 있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짠해졌다.
아무튼 생명력이란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시골집이 비어 있을 때 도둑이 들지 말라고,
집을 지키는 목적으로 멍멍이를 기르곤 했다.
요즘은 강아지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자식처럼 여기며 함께 살아가지만
시골에서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멍멍이는 사랑스러운 존재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집을 지키는 역할을 맡은 존재였고,
늘 마당 한쪽에서 조용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시골의 멍멍이들은
따뜻한 방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계절을 견디며 살았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멍멍이들이 바뀌었다.
마을에서 얻어오기도 하고
시장이나 친척을 통해 데려오기도 했고
각자 사연도 다양했다.
여러 녀석들이 있다가 사라졌지만
한 가지는 늘 같았다.
그 작은 몸으로
주인을 반기고 충성하는 마음만큼은
언제나 한결같았다는 것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녀석은 콜리였다.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조금은 특별한 멍멍이였다.
친척집에서 이사를 하며 더 이상 기를 수 없다고
우리 집으로 보내왔는데
골든리트리버와 콜리, 그리고 작은 강아지 한 마리도 함께였다.
하지만 작은 강아지는
오자마자 다른 강아지들에게 물려
바로 죽고 말았다.
너무 안타까웠다.
골든리트리버와 콜리는 꽤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그러나 골든리트리버는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고
콜리는 더 오래 함께 했지만
어느 날 집에 가보니
조용히 사라지고 없었다.
콜리는 정말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듯했다.
다른 개들처럼 날뛰거나
사정없이 뛰어다니지 않고
품위 있게 나를 기다리며
천천히 함께 산책을 했다.
나는 콜리와 멀리까지 산책을 다녔다.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어느 날, 콜리가 몹시 힘들어 보였다.
숨이 차고 몸이 무거워 보였지만
그래도 나를 따라
그 먼 길을 끝까지 함께 걸어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다음 날,
콜리는 새끼를 낳았다.
임신한 몸으로 힘들었을 텐데도
주인을 따라 산책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마음이 너무 애틋했고,
고맙고 미안했다.
새끼를 몇 마리 낳았는데
그중 한 마리는 콜리 엄마에게 깔려 죽었다.
심폐소생술을 해보려고 품에 안고 살피다가
순간 몸이 딱딱해지는 것을 느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생명은 이렇게 기적처럼 태어나지만
또 너무 쉽게 사라질 수도 있었다.
살핌이 없으면, 아주 작은 순간에도
이런 일들이 생길 수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끼는 물론이고
엄마조차도 모든 것을 지켜낼 수는 없었다.
그저 본능으로 품고 있었을 뿐인데
그 안에서도 생명은 너무 연약했다.
강아지들은 너무도
사람에게 적대심이 없다.
주인에게 말이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날들이 있어도
그들은 여전히 꼬리를 흔들고
반가움으로 마음을 내어준다.
그 마음은 어떤 것일까.
조건 없이 믿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더 미안하기도 하다.
【오늘의 감정 세 가지】
신기함
미안함
피곤함
빤짝감정: 귀여움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 귀엽다. 꼬물거리는 것들이 세 마리이다.
【 지금 가장 크게 자리 잡은 감정】
아... 나에게 왜 ..
【왜 이런 기분이 들까?】
오늘 일정이 겹쳤다. 언니가 오는 시간과 부모님이 나가는 시간이 겹쳤는데, 둘 다 내가 시행할 수는 없다.
부담 주는 언니의 말들로 조금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왔다 갔다 하기에는 너무 피곤하고 무리 아닌가?
둘 다 맞출 수는 없다. 나는 나의 몸은 하나다.
【나에게 건네고 싶은 말】
약간의 부담과 짜증이 났었다.
내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듯한 느낌에 부담감이 들었다.
상황을 모르는 건 아니니까 모른 척 못하는 마음도 있었다.
눈이 많이 와서 오늘은 운전도 조심스러운 날이다.
내일 아침도 조금 걱정되지만, 우선 오늘은 잘 보냈다.
나에게 조금 무리된 요구였다는 말을 했어야 했나 싶기도 하지만,
그럭저럭 잘 마무리되었다.
이 정도면 훌륭했다.